토종이라는 말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의 것을 지키자는 말에도 반기를 드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미 한국의 농산물 시장엔 ‘우리 것’이 자취를 감춘지 오래다. 손톱보다도 작은 눈곱만한 씨앗에 담겼던 한반도 조상들의 작물에 대한 지혜와 지역문화. 이제는 얼마 남지 않은 그 얼을 지키는 사람이 있다. 완주의 ‘씨앗받는농부’. 이정란 대표를 소개한다.

| 손무경 기자

토종이라는 슬로건

‘신토불이’라고 하면 왠지 좋을 것 같고, 건강해 보이는 마법이 있다. 신토불이라는 노래도 있을0만큼 신토불이라는 단어는 도심부터 지방 곳곳까지 널리 쓰이고 있다. 몸과 땅은 둘이 아니라 하나임을 뜻하는 말로 동의보감의 약식동원론에서 나온 말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자기가 사는 땅에서 나온 농산물이 체질에 잘 맞다’는 뜻인데, 실제로도 농수산과 관련한 기관에서 캠페인으로 많이 사용한 용어이기도 하다. 1989년 우루과이 라운드로 직격타를 맞은 한국의 농업을 지키기 위해 본격적으로 사용된 ‘신토불이’는 그 뜻으로 최근 로컬푸드, 지역농산물 활용에도 아주 적절하다. 그런데 이제는 한국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서도 사용할 때가 되었다. 그대로의 의미인‘토종’으로써 말이다.

민족의 얼을 지킨다

“제가 하는 일에 자긍심이 큽니다” 씨앗받는 농부의 이종란 대표는 토종종자를 지키는 것에 자긍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토종 종자를 계속 길러오고 새로운 씨앗을 받는 부분들이 어렵긴 하지만 이종란 대표는 조상대대로 내려오던 전통을 이어오는 것을 중요히 여겼다. 과거 진상품이 있던 시기만해도 지역별 특산물이 뚜렸했지만, 현재는 비교적 그렇지 않다. 생각해보면 사과와 배는 어떤 특정 지역에서만 집중적으로 생산된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전국에서 재배 중이며, 일부 수입종인 블루베리와 같은 경우는 애초부터 특산지를 고르기가 애매하다. 물론 기후변화와 대형 종자회사들의 강화된 종자 유입 등 토종 종자의 입지가 좁아진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그렇지만, 한 지역을 대표하던 작물과 특산품을 활용한 지역축제 및 문화들이 사라지는 것은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지역의 토종 종자가 사라지면서 지역의 문화뿐 아니라 음식문화와 전통과 관습도 대가 끊기는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라며 이종란 대표는 말했다.

저는 자립농입니다.

자립농. 이정란 대표는 자신이 자립농이라고말했다, 유기농, 친환경, 자연농까지 들어보았으나 자립농은 무엇이란 말인가. 이에 이 대표는 농부 스스로 주체가 되어서 농사를 지을수 있는 것이 자립농이라고 밝혔다. “생산자, 소비자 딱 나눌 게 아니라 농민도 사실은 생산자이자 소비자예요. 농사를 지으려고 해도 자재부터 씨앗까지 전부 구매해야 하잖아요”라며 이정란 대표는 지금의 현실을 꼬집었다. 실제로 농민들은 종자도 종자회사에서 매년 구매해야 하며, 관행농가의 경우 각종 화학자재들도 구매해야 하니 사실상 작물을 길러주는 역할에 불과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농민이 스스로 농사를 어떻게 지어야 할까를 고민하며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자율적으로 농촌을 영위해 도심의 소비자들이 규제를 받지 않은 건강한 식탁을 마주하는 것’ 이정란 대표가 고민한 최고의 농업이자 바로 자립농이다. 그래서인지 이정란 대표의 농업은 얼핏 자연농과 굉장히 유사하다. 농업에 있어 외부의 영향을 최소화한 이 대표의 밭은 이날 아침 직접 준비한 씨생강과 풀이 자연 모습 그대로 자란 모습을 보였다. 그래도 딱 한 가지 투입되는 것이, 도저히 작물이 자라지 않아서 준비했다는 친환경 퇴비 하나뿐이다. 그마저도 2년 전부터 겨우 투입했다고.

<기사중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