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전쟁이 발발한지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우리나라가 지금과 같이 번창하고 국운이 번성하게 되기까지 목숨을 바쳐가며 위국 헌신한 순국 선열과 머나먼 낮선 땅에서 죽어간 UN우방국들의 참전용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이 땅에서 전쟁은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끔직한 일이지만 전쟁을 막기 위해서는 우리의 힘이 강할 때 가능하다는 것을 요즘 정세를 보면서 느끼게 된다. 천안함 사건으로 우리의 고귀한 장병들의 목숨을 잃은 후에도 열방들의 눈치를 살피며 국제사회에서 대처하는 것을 볼 때 우리의 국력이 더욱 강력해져야 할 필요를 절감하게 된다. 이번호에는 전쟁과 관련된 미생물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전쟁과 미생물이 무슨 관련이 있을까 의아해 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지만 미생물은 이 세상 어떤 분야에도 관여하지 않는 곳이 없다.

전쟁으로 맺어진 영국과 체임바이츠만과의 인연
세계 1차대전이 한창이던 1915년 영국이 독일의 공격에 몰려 있을 때 영국의 처칠수상은 독일의 공격에 반격을 할 포탄을 만들 원료가 부족해 그야말로 사면초가의 위기에 처해있었다. 그 당시 악명을 떨쳤던 독일의 잠수함인 U-보트가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도버해협을 완전장악하며 봉쇄하자 그나마 외부와의 소통마저도 원활하지 못했다. 포탄을 만들기 위해서는 아세톤이라고 하는 원료가 반드시 필요한데 그 당시에는 나무를 증류해서 아세톤을 만드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나무를 증류해서 아세톤을 생산하는 방법은 곧 한계를 드러냈고 전쟁터에서 필요한 포탄을 만들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게 되었다. 한창 전쟁이 진행되는 중에 포탄이 모자란다는 것은 싸움에서 패배로 이어지는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이제 독일은 프랑스를 점령하여 항복까지 받아놓고 유럽 정복의 마지막 단계인 영국을 점령하기 위해 대공세를 취하는 상황인데 영국은 적과 싸울 포탄이 모자라서 독일에게 영국을 내주어야 할 상황까지도 고려해야 할 상황이었다.
이렇게 영국군의 군수참모장은 전쟁터에서 부족한 포탄을 생산하기 위해 동부서주하고 있을 때에 체임바이츠만(Chaim Weizmann; 1874-1952)이라는 유대인 미생물학자와 만나게 된다. 그 두 사람의 운명적인 만남은 위기에 처한 영국을 구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영국만을 구한 것이 아닌 전 세계를 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위대한 과업을 이루게 된 계기였다는 것을 아는 이가 그리 많지는 않다.

미생물로 폭탄의 원료인 아세톤 생산

당시 체임바이츠만은 맨체스터 대학교에서 미생물을 연구하는 학자였는데 특정한 미생물과 먹이가 될 수 있는 영양성분을 밀폐된 용기에 넣고 환경조건만 잘 맞추어 주면 미생물이 자라면서 우리 인간의 생활에 유용한 물질들을 무한정 생산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왔었다. 지금은 발효기(醱酵器; fermenter)라고 하여 농가에서 미생물을 배양하거나 액비를 제조할 때 사용하는 장치로서 많이 알려져 있지만 당시에는 발효기라는 개념이 한낱 개인의 아이디어에 머물렀던 때였다.
영국군의 긴급 요청에 의해 체임바이츠만은 미생물을 이용해 아세톤을 생산해내기 위한 연구에 착수했고, 가장 먼저 아세톤을 생산해 낼 수 있는 미생물을 선발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천우신조로 연구가 계획대로 진행이 되어 토양 속에 서식하고 있는 미생물 중에 옥수수를 먹이로 이용하면서 아세톤을 생산해 낼 수 있는 세균을 분리했다. 이 세균의 이름은 클로스트리듐 아세토뷰티리쿰(Clostridium acetobutyricum)으로 명명되었다. 곧바로 발효기라고 하는 큰 원통에 옥수수와 분리한 세균을 함께 넣고 최적의 배양 환경으로 미생물을 배양하여 대량의 아세톤을 생산해내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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