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브라질에서는 알코올과 가솔린을 섞어 만든 연료를 사용하고 있는데 가소홀(gasohol)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도 드넓은 대지에 사탕수수를 심어 저렴한 가격으로 알코올을 생산하는 브라질이기에 가능한 이야기이다.

신토불이(身土不二)는 ‘몸과 흙이 둘이 아니다’라는 뜻이다. 즉 우리 몸과 토양은 하나이므로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우리 생활에서 섭취하고 있는 먹을거리들의 일부는 수천km 바다를 건너온 것도 있다. 어떠한 방식으로, 어떤 비료와 농약을 사용해 재배됐는지 모르는 농산물이 우리의 식탁에 버젓이 올라와 우리의 배고픈 욕구를 채워주고 있다는 현실은 실로 안타까울 수 밖에 없다. 그렇게 정체모를 먹을거리들을 먹는 사이에 우리의 몸이 우리가 살고 있는 기반인 흙과 따로 따로 나누어져 둘이 되어버렸다. 현대인들이 예전보다 훨씬 잘 먹고 풍성한 삶을 누리면서도 아픈 곳은 더 많아지고 전에 없던 이름도 어려운 몹쓸 병들이 늘어만 가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가 아닌지 모르겠다.

대체연료 개발에 활용되는 미생물
농산물을 수송하는 비용이 높았다면 지금처럼 값싼 수입농산물이 우리의 식탁을 이렇게까지 위협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농업 통계를 보더라도 석유값이 오르면 농산물 가격도 덩달아 오르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이는 농산물을 생산하거나 수송하는데 석유를 때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국내 농업에서도 온풍기를 가동하여 고품질 농산물을 생산하기 때문에 석유가격이 경영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시 할 수가 없게 됐다. 어쨌든 석유가격의 높고 낮음에 따라 국가의 성장이 좌지우지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래서 각 나라마다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연료를 개발하기 위해 많은 연구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물질중의 하나가 알코올이다. 알코올은 술로서만 이용되는 것이 아니다. 브라질에서는 알코올과 가솔린을 섞어 만든 연료를 사용하고 있는데 가소홀(gasohol)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도 드넓은 대지에 사탕수수를 심어 저렴한 가격으로 알코올을 생산하는 브라질이기에 가능한 이야기이다. 미생물을 연구하는 학자들도 대체연료를 개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양한 미생물들을 이용해 알코올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미생물의 먹이로 주는 것이 나무이다. 산과 들에 우거져 있는 모든 식물들이 알코올을 생산할 수 있는 재료로 사용될 수 있다. 여하튼 미생물은 못 하는 것이 없는 만능 재주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대체에너지 개발의 어려움
미생물 실험실에 있으면서 한때 대체에너지 개발을 위해 미생물을 선발하고 실험하였던 적이 있었다. 이번호에는 미생물을 이용하여 대체에너지인 알코올을 생산하는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다. 나무는 섬유소(Cellulose)라고 하는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섬유소는 포도당의 중합체(重合體, polymer)이다. 즉 포도당이 손에 손잡고 길게 실처럼 연결되어 있는 것이 섬유소이다. 이렇게 크고 긴 물질인 섬유소는 곰팡이가 잘게 잘라서 포도당으로 만들 수 있다. 그 후에 효모가 포도당을 분해해서 알코올을 만든다는 것이 원리이다. 실험실에서 일반 나무 조각을 가져다가 포도당으로 만들기 위해 곰팡이를 처리했더니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어떻게 하면 곰팡이가 나무를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분해할 수 있을까?’ 고민도 많이 했었다. 즉 일반 생나무를 재료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찌거나 조각을 내는 전처리를 했더니 곰팡이에 의한 나무의 분해 속도가 빨라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후 보다 더 효과적인 전처리 방법을 찾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는데 나무의 반응 면적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좋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래서 나무를 파쇄해 톱밥으로 만들어 실험에 사용하기도 했다. 그렇게 나무를 분해하고 곰팡이를 투입해 포도당을 만든 후 어떤 효모가 알코올을 잘 만드는지 검증한 결과 우수한 효모를 선발할 수 있었다.
 


▲[사진] 나무를 파쇄해 톱밥으로 만들어 실험에 사용했다. 이렇게 나무를 분해하고 곰팡이를 투입해 포도당을 만든 후 어떤 효모가 알코올을 잘 만드는지 검증한 결과 우수한 효모를 선발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석유를 대체하기 위해 알코올을 생산하기 시작했는데 나무를 당화(糖化: Saccharification)시켜 포도당을 만드는 과정과 포도당을 발효(醱酵: Fermentation)시켜 알코올을 만드는 두 번의 과정을 거치다 보니 번거롭기도 하고 시간도 많이 걸리고 비용도 만만치가 않다는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대체하려고 하는 석유값보다 생산된 알코올이 더 비싸게 되는 웃지 못 할 일이 발생한 것이다.

당화와 발효를 동시에 수행하는 ‘동시당화발효’
여기에서 포기한다면 미생물 학자가 아니다. 고민을 거듭해 생각해낸 방법이 당화와 발효를 동시에 수행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나무를 전처리해 당화를 진행한 다음 효모를 이용한 발효 과정이 이루어지는 이원화 과정으로 진행했었는데 이것을 통합하는 것이었다. 당화를 맡고 있는 곰팡이와 발효를 담당하는 효모를 한꺼번에 넣고 반응을 시키는 것이다. 당화와 발효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동시당화발효(同時糖化醱酵: Simultaneous Saccharification and Fermentation: SSF)라는 방법으로 연구를 수행한 것이었다. 처음에는 엉뚱한 생각처럼 들렸다. ‘어떻게 누룩곰팡이와 효모가 같이 자랄 수 있을까? 누룩곰팡이는 공기가 필요한 호기성 미생물이고 효모는 혐기성 조건에서 자라는 미생물인데 이 둘은 동시에 배양하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점들이 많았지만 방법은 그것밖에 없었기 때문에 일단 진행하기로 했다.
당화와 발효는 각각 진행되는 환경 조건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이에 맞는 적합한 미생물을 다시 선발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수백, 수천개의 미생물을 선발해 효과 시험을 거친 결과 결국에는 곰팡이와 효모를 각각 선발해 관련 학회에 발표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여러 미생물 연구원들의 각고의 노력과 수고로 이루어 진 것이었다. 이렇게 선발한 미생물이 지금은 누구의 손에서 대체에너지인 알코올을 만드는데 사용되고 있을지 궁금하다. 서로 다른 미생물이 같은 조건에서 자랄 수 있을지 의심을 했던 그때를 생각하면 새삼 웃음이 나온다. 미생물 실험실에서 한 가지 미생물에 빠져 큰 숲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쉽게 찾을 수 있는 농가의 동시당화발효 사례
농가에서 미생물을 이용하여 만드는 발효 액비 제조 과정이 바로 동시당화발효이다. 다양한 미생물들이 한 항아리 안에서 서로의 역할을 수행하다 조건이 안맞으면 조용히 수그러드는 것이다. 그렇다고 죽는 것이 아니다. 다만 환경 조건이 안맞아 숨죽인체 자기의 때가 오기를 기다리며 한쪽 구석에서 조용히 존재하는 것이다. 많은 미생물들이 서로 협조하여 항아리 속에 발효 액비 재료로 들어온 식물 열매나 쌀겨와 같은 유기물을 분해한다. 항아리에 여러 가지 재료를 넣고 물을 채워 온도를 맞추어 주면 3~4일내에 이산화탄소가 발생되어 표면에 거품이 뽀글뽀글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표면에는 하얀 효모층이 형성되어 막을 만드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항아리에서 유기물을 발효시킬 때 공기와 접촉이 훨씬 수월한 항아리 표면에는 호기성 미생물들이 왕성하게 자라 유기산을 만들고 있다. 바로 그 아래층, 공기는 없지만 빛이 들어오는 곳에는 광합성 세균이 자라고, 밑바닥 깊은 곳에는 유산균이 혐기적 조건에서 열심히 젖산을 만들며 자라고 있을 것이다. 굳이 공기 공급을 위해 공기공급기를 설치할 필요도 없다. 가끔씩 밑에 가라앉은 재료를 섞어주기 위해 저어주기만 하면 미생물들이 알아서 질서를 다시 되찾을 것이다.  
요즘 농촌에 가면 흔하게 볼 수 있는 축산 분뇨를 처리 시설에서 발효 미생물을 이용하는 경우도 위와 같이 한 가지가 아닌 다양한 미생물들이 역할을 하는 것이다. 먼저 축산 분뇨중에 포함되어 있을 항생제와 같이 분해하기 어려운 난분해성 물질들을 몇몇 미생물들이 효소를 분비해 분해할 것이다. 그 후에 다른 미생물들이 바통을 이어받아 유기산이나 알코올로 변환을 시키면 또 다른 미생물군이 나타나 최종적으로 이산화탄소(CO2)와 수소(H2)를 만들 것이다. 혹시라도 그 속에 메탄생성균이라도 있으면 이산화탄소와 수소를 결합시켜 메탄(CH4)을 만들 수도 있는데 이때 생성된 메탄은 연료로 대체 사용될 수 있다. 이렇게 미생물은 난 분해성 물질을 부작용없이 분해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2007년 12월 충남 태안군 앞바다에서 유조선 허베이스피릿호와 해상 크레인 사이의 충돌로 인해 유례가 없는 해양 기름 유출 사고가 있었다. 당시 온 국민이 한 마음, 한 뜻으로 합심해 재난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펼치며, 복구활동에 전념한 결과 지금은 예전과 같이 깨끗한 바다로 복구시켰다. 그때 우리 대한민국은 정말 자랑스러운 나라인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시커먼 기름으로 오염된 바다와 해안가 바위를 일일이 걸레로 닦아내어 고통을 분담하려는 그 수고와 마음씀씀이가 우리의 마음에 깊은 감동을 주었었다.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바위에 묻은 기름을 걸레로 열심히 닦고 있었을 때 미생물들도 물 속에서, 바위 밑에서 소리 없이 기름을 분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렇게 자연의 충실한 청소부인 미생물들은 소리 없이 세상을 바꿔나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