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를 재배할 때 김매기로 뽑은 잡초들은 포기 사이에 가지런히 말리는 것이 좋다. 퇴비도 되고 멀칭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수분이 95%나 되는 배추는 틈나는 대로 물을 자주 흠뻑 주는 것이 좋다.

가꾸기
유기질 퇴비만을 줄 때 초기의 자람이 늦어지므로 양분 부족이 아닌가 의심하기 쉽지만 3주 가량 지나면 튼튼하게 자라는 것을 보고 안심할 수 있다. 만약 이 무렵에 자람이 정 더디다 싶으면 웃거름을 주어야 한다.
벌레가 아주 극성을 부려 속잎을 갉아 먹으면 일일이 손으로 잡아주는 것이 제일 확실하다. 괜히 징그러울 것 같으면 장갑을 끼고 하든가, 아니면 나무 젓가락으로 집어내어 잡아 준다. 다음 방법으로는 목초액이나 식초를 200배로 희석한 물에 담배꽁초 우린 물과 빨래비누물을 섞어 뿌려준다. 한번만 해서는 별 효과가 없고 3일이나 5일에 한 번씩 벌레의 기세가 눈에 띄게 덜해 질 때까지 뿌려준다.

거두기와 갈무리
봄 여름에는 씨앗을 뿌린 후 30~40일 만에, 가을배추는 씨를 뿌린 후에 60~80일 정도 지나면 수확할 수 있다. 통이 잘 들어 포기의 80% 정도가 들어찼을 때가 김장 김치로는 가장 맛이 있다고 하니 이때가 수확의 적기이다. 추위가 오기 전에 겉잎을 가지런히 모아 볏짚이나 끈으로 묶어 어는 것을 먹되, 동사하지 않을까 염려될 정도면 비닐막을 쳐서 이랑 전체를 덮는 방법이 안전하다. 날이 따뜻한 남쪽에서는 겨울에 노지재배가 가능하니 눈을 파헤치고 뽑아 올린 싱싱한 배추를 겨울 별미로 즐길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농사가 마찬가지겠지만 수확 후에 갈무리가 유종의 미를 거두는 관건이다. 당장 먹을 것과 저장할 것을 요량에 넣어 대책을 소홀히 하면 애써 흘린 땀이 물거품이 되고 마는 안타까운 경우가 흔히 있다. 자기가 먹을 것, 이웃 친지에게 나누어줄 것, 오랫동안 보관할 것을 타산해 저장에 들어가야 한다.
가장 좋은 저장법은 밭에서 물이 잘 빠지는 곳을 골라서 넒이와 깊이 각 50cm 크기로 구덩이를 파서 밑바닥에 볏짚이나 신문지를 서너 겹 깔아준 다음, 그 속에 겉잎과 뿌리가 그대로 있는 배추를 끈으로 묶어 거꾸로 세우고 흙을 두텁게덮는 방법이다.

쓰임새
조선 배추는 의성지방에서 오랫동안 재배되었다 하여 의성배추라고 하는데, 고갱이가 거의 생기지 않으면서 잎이 좁고 키가 커서 홀쭉한 모양이며 뿌리 부위에 순무 비슷한 꼬리가 크게 달린다.
그런데 선암사 주지 지허 스님이 이 토종배추로 김치 담그는 비법을 전수하고 있는 선암 김치가 있다. 토종 배추에 소금간과 고춧가루만을 친 것으로서 사라져간 우리 ‘토종김치’의 원형이라 할 수 있다. 속이 들지 않고 벌어진 채 내내 햇볕을 쬐고 자란 토종이어서 무척 푸르고 싱싱하며, 김치가 익어 해를 넘겨도 배추의 푸른 빛이 그대로 살아있다고 한다.
예전에 가난한 시절의 김치처럼 젓갈도 넣지 않아서 맛이 파삭파삭하고 고소하며 무엇보다도 배추의 향을 그대로 맛볼 수 있다. 텃밭의 일부라도 기왕이면 토종을 심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배추에는 식물성 섬유가 많아 변비를 막고 치질을 낫게 하며 대장암도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몸이 아주 냉한 사람과 만성적으로 설사하는 사람은 날로 먹는 것을 삼가는 게 좋다. 그리고 때로 전날 먹은 술 때문에 해장이 급할 경우 된장을 엷게 풀어 넣고 끊인 배춧국이 정말 좋다는 걸 먹어본 사람은 다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