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에서 평생 유기농사를 짓고 있는 정선섭 농부님. 70대 후반의 나이에도 새로운 농법에 도전하고, 연구하는 정선섭 농부의 유기벼 재배 비법을 소개한다. 

| 이경민 기자|

4월에 할 일

못자리 설치 

종자 탈수 후 못자리를 설치한다. 못자리 종류는 상자에 흩어 뿌리는 산파, 줄파종, 포트묘가 있다. 물론, 못자리를 설치하지 않고 직접 본답에 종자를 파종하는 물논 산파, 점파, 건답직파 등도 있다. 구멍 있는 재래 모판을 사용하는 경우, 모판에 종자파종 전 못자리 바닥에 매트를 넓게 편 다음 비료를 고르게 뿌린다. 모가 자라는 동안 양분을 공급해 건실한 모종으로 키우기 위해서이다(유공 모판 해당). 여기서 제시하는 방법은 일반벼 보다 키우는 기간이 더 소요된다. 일반의 경우 벼 잎이 3엽이 날 때 이앙을 하나, 우리는 5엽이 나오면 이앙을 한다. 일명 45일 묘, 또는 나이 든 묘라고도 불리는데 일반적으로 45일까지 육묘를 하는 경우 양분이 부족해 상자 위로 뿌리 노출과 엉킴 등의 현상이 발생해 이앙 시 뿌리가 절단되어 불량한 상태로 정식이 된다. 튼튼한 모로 키우기 위해서는 모가 충분히 자랄 수 있도록 드문 산파와 줄파종을 한다. 농사 팁을 말하면 못자리에 매트를 깔면 뿌리가 흙까지 닿지 않아 모판 떼어내기가 수월하다. 이런 방법으로 양분 공급을 충분히 해 모판에 결주가 발생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한다. 4.5엽모로 45일 육묘를 하더라도 벼 재배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 성묘는 병충해에 강하고 깊은 물 가두기가 가능해 제초 효과가 높다. 대다수의 농가는 바늘구멍 같은 작은 구멍의 모판을 사용해 모가 양분을 흡수할 수 있도록 거름 액비를 만들어 묽게 희석해 살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종자파종

못자리가 마련되었다면 본격적으로 종자를 파종한다. 일반적으로 모판에 구멍이 있으면 뿌리가 바닥에 활착되어 나중에 모판 운반이 힘들다. 그래서 요즘 나오는 모판은 바닥에 구멍이 작게 디자인이 되어 있지만, 나는 바닥에 구멍이 뚫어져 있는 재래모판(유공모판)을 사용하고 있다. 파종 시에는 모를 건강하게 기르기 위해  적절하게 흙이 들어갔는지(수평을 맞추어야 한다),  적절하게 물이 들어갔는지,  적절하게 종자가 들어갔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파종(산파)

1. 모 상자당 싹이 튼 종자를 기준으로 100~120g(종이컵 1.5컵) 드물게 파종한다.

2. 모 상자당 200g 이상 파종하면 환기가 불량해 비정상 모 출현, 모잘록병이 증가한다.

3. 육묘 중기(15일 경)부터 후기까지 비료 부족 현상(비절현상)과 통기성 불량으로 뜸모 발생이 증가한다. 생육 초기엔 종자가 가진 양분으로 성장하다가 후기에는 외부에서 투입된 양분을 흡수하면서 병 발생이 많아진다. 이런 경우 낮에는 시들고 밤에 잠시 회복되는 듯해도 결국에는 죽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4. 건강한 모종 관리를 위해 파종 시 또는 육묘 중 병충해 관리자재를 주기적으로 살포한다. 어린 모에 자재를 살포할 때는 약해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저농도로 희석해 살포한다.

* 정선섭 농가는 파종 후에 복토를 하지 않는다. 복토를 하지 않으면 상토 사용량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모판이 가벼워지기 때문에 고령의 농부들에게도 좋은 방법이다.

5월에 할 일

못자리 관리 

종자를 뿌려두고 물만 준다고 모가 알아서 자라지는 않는다. 모를 키우는 것은 아기를 키우는 것과 같다. 이제 막 종자에서 싹을 틔워 약한 상태이기 때문에 아기 돌보듯 자주 찾아가서 돌봐야 한다. 파종 후 모상자를 쌓지 않고 바닥에 까는 경우 환기, 담수, 물빼기 등을 유의해야 한다. 고온에서는 키다리병이 더 발생하기 때문에 환기를 잘해야 한다. 못자리가 과습하면 잎과 줄기에 백화현상 등 병해가 생기기 쉬우므로 비닐을 뚫어 환기시킨다. 비닐을 벗기고 모를 말린 후 저녁에 덮기를 반복하면 피해 받은 모가 회복이 된다. 못자리에 담수해 키우면 뜸모(뜸모: 벼 육묘 시 발효, 곰팡이 발생 등에 의해 뿌리 발육 장해를 입어 모가 썩거나 자라지 않는 것) 발생에 효과적이다. 이앙 7일 전 수분 공급을 줄이면 이앙 후 뿌리 활착이 잘 되며, 모판 위에 덮은 비닐(또는 부직포)을 제거하고, 3~4일 상온에 적응한 후 액비를 묽게 희석해 뿌려준다. 저녁에 뿌려야 고온피해가 없고, 농도가 진하면 모가 타버리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