볍씨야~정성 다 할 테니 모내기 할 수 있게 잘 자라다오~

4월 중순, 친환경 수도용 상토 모판에 볍씨를 파종한 후 30일이 지나면 깊은 논물을 이겨낼 수 있을 정도로 모가 자랍니다. 농부는 볍씨를 모판에 뿌려 싹을 틔우는 못자리 작업에 온 정성을 다합니다. 작년 가을에 거둔 볍씨 중 실한 볍씨를 고르고, 뜨거운 물로 종자 소독하여 벼에 생길 병균을 없애는 작업부터 싹틔우고, 모판에 파종하기까지 자식을 키우는 마음으로 세심하게 보살핍니다.

볍씨를 모판에 뿌려 싹을 틔우는 못자리 작업은 ‘못자리로 일 년 농사가 결정된다’는 말이 있을 만큼 중요한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토종벼 볍씨 7종은 다른 볍씨들과 섞이지 않게 이름을 붙여 각별히 신경 쓰며 가꿉니다. 냉해를 입지 않고 잘 성장하도록 부직포를 깔고 흙이불을 잘 덮어주며, 날마다 수시로 들여다보며 물을 주고 햇빛은 잘 받고 있는지 점검합니다. 농부의 간절한 바람대로 모내기 할 수 있게 잘 자라준 모는 물을 채운 무수골 논으로 옮겨갑니다.

도심 속 전통 손 모내기를 기다리고 있는 도봉구민들이 있는 논으로 가는 동안 모들은 신이 나서 콧노래가 절로 나옵니다. 이제는 답답했던 하우스가 아닌 드넓은 논에서 마음껏 쑥쑥 자랄 수 있으니까~

찰랑찰랑 물 찬 논으로 새로운 생명 모아 모아 이사가자~

무수골 논은 매년 5월 도시의 손 모내기 체험장으로 분주합니다. 학교, 가족, 돌봄 기관 등 다양삶을 느끼며 어우러지게 됩니다. 아이들은 써레질 된 논에서 논 썰매를 타며 한바탕 놀이를 하며 논과 친해집니다. 또 모내기 전 논 안에 들어가 논흙을 발로 밟아봅니다.

찐득한 논흙이 바닷가 갯벌처럼 찐득찐득하다는 말을 하며, 찐득찐득 논흙은 모가 뿌리를 잘 내리고, 벼가 튼실하게 자랄 수 있게 한다는 것을 알고 신기해합니다. 자아~ 이제부터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손 모내기. 드디어 못줄 앞에 나란히 서서 양발을 벌려 자세를 잡습니다.

못줄에 맞춰 일정한 간격으로 모내기하며 “하나요~ 둘이요~ 셋이요~” 하며 나아가는 학생들과 지역주민들. 긴 못줄 따라 모내기를 하다 보면 더 하고 싶은 마음과 힘들다는 마음이 동시에 듭니다. 손 모내기를 마친 논에는 올챙이와 소금쟁이 등 논 생물도 보이고, 새소리 들리며, 논둑에 핀 풀꽃들이 눈을 즐겁게 합니다.

어느새 논은 초록 초록 세상으로 물든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합니다. 무수골의 또 다른 논에는 토종벼들을 심습니다. 북흑조, 붉은메, 검은메, 붉은차나락, 녹토미, 노인도, 흑깨미 등을 심는데 특히 붉은차나락은 모판에서부터 붉은 색을 자랑하며 이색적인 풍경을 선사하죠.

각각의 이름처럼 자기 색깔을 지닌 토종벼들은 자라는 내내 지나는 사람들에게 유전자 다양성을 지키는 토종 지킴이로서의 당당한 면모를 비추지요. 벼꽃이 피는 여름, 오방빛의 토종벼는 다랭이논의 가치를 한층 더 빛나게 하겠지요~

무수골에서 ‘생물 다양성 대탐사’를 만나보세요~

농사는 하늘과 땅이 지어준다는 말처럼, 15cm 정도의 작은 모는 여름으로 짙어갈수록 쑥쑥 자라 논바닥이 안 보이게 논을 빽빽하게 채울 것입니다. 무수골의 다랭이논은 제초제나 살충제 없이 도봉산에서 발원한 무수천의 청정함을 지키고 있습니다. 모가 논에서 자라면서 뿌리로는 도봉산 깊은 골짜기 양분을 흡수하고, 잎을 통해서는 탄소를 들이마시고 맑은 공기를 도봉 시민 아니 서울 시민들에게 되돌려 줍니다.

즐거운 놀이의 공간인 논에서 다양한 체험을 하며 곳곳에 숨어있는 다양한 생물들에 깜짝 놀라는 즐거운 경험도 할 수 있어요. 6월 15일(토)에는 ‘무수골 생물 다양성 대탐사’가 진행됩니다. 논생물, 어류, 저서생물, 양서파충류, 식물, 조류, 곤충 7개 분야의 탐사를 무수골의 생물다양성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모내기 전 봄에 만나는 논과 모내기 후 벼가 자라면서 바뀌는 논의 모습을 만나보셔요

| 이경민 기자 | 논살림사회적협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