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잠에서 깨어난 무수골 양서류들은 산과 들의 봄기운을 가득 담고 물이 있는 무수골논과 무수천으로 바삐 움직인다. 알을 안전하게 낳을 곳이기 때문이다. 개구리 수컷들은 암컷들과 짝짓기를 하기 위한 울음소리도 우렁차다. 개구리들의 떼창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마음이 평화롭다. 개구리 소리를 좋아한다면 말이다. 자세히 보면 개구리들의 울음주머니는 위치나 크기, 개수도 다르다. 개구리 울음소리가 다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환경변화에 민감한 양서류의 대표 생물인 도룡뇽과 개구리들은 투과성 피부로 독소를 쉽게 흡수해 물과 땅이 깨끗해야 한다. 알에서 시작하여 성숙한 생물로 성장하는 동안 물살도 완만하고, 물 온도도 적당해야 하고, 이동 경로도 자연적이어야 한다. 무수골은 다행히 인간의 개발이 아직까지는 덜해 양서류들의 서식처로 안전한 곳이다.

무수천의 도롱뇽 알들과 무수골논의 개구리알들이 증명해주고 있다. 무수골은 물의 순환이 자연적으로 이루어져 양서류들에게는 최고의 서식지다. 무수천 물이 논으로 들어와 가두어져 다양한 논생물들이 많아지고 양서류들은 다양한 먹이들을 먹으며 성장한 후 아주 힘차게 논둑에서도 뛰어다닌다. “도롱뇽아~안녕, 너무 작고 귀여운데 미끌미끌해~” 바나나처럼 생긴 길쭉한 도롱뇽 알집 속 알들을 보면서 아이들의 수다는 끝이 없다.

어른이 개입하지 않으면 아이들은 아이의 마음으로 생물들과 이야기하며 소통한다. 논 속의 개구리알들을 보면서 “와~젤리같다. 데려가서 집에서 키우고 싶어요.” 개구리들은 논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아야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걸 이야기해주면 잠깐 동안 관찰하고 다시 조심히 놓아주며 “가족들이랑 잘 살아라”하며 인사도 나눈다. 아이들에게 개구리는 귀여운 친구이고 가족이다.

무수골은 일방적이지 않은 호혜적인 생태계 터전이다. 개구리들의 마을이 도시화로 바뀌면서 서식지 파괴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생태통로인 흙길과 농수로들도 시멘트로 변화하거나 양서류들이 알 낳을 곳으로 이동하다 로드킬을 당하거나 시멘트 수로에서 죽어가고 있다. 멀리 이동할 수 없는 양서류의 멸종은 생태계의 재난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수골에서는 가장 먼저 겨울잠에서 깨어난 산개구리가 알 낳는 것을 시작으로 도롱뇽, 북방산개구리, 참개구리, 청개구리, 옴개구리, 무당개구리 순으로 출현하며 시기에 맞추어 무수골 생태계와 호혜하며 살아간다. 생물들의 먹이사슬도 자연스럽다. 개구리와 도롱뇽 알들은 새들의 먹이가 되기도 하고 다양한 논생물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먹이사슬의 순환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무수골 논둑에도 제초제를 뿌리지 않아 양서류들은 논 안팎을 자유롭게 들락날락하며 조화롭게 살아가고 있다.

무수골에서 개구리 논둑길을 가만가만 걸어요~

매년 4월 마지막 토요일은 ‘세계 개구리 보호의 날’이다. 올해는 4월 27일(토)이다. 무수골 논둑길을 걸으면 몇 마리의 개구리를 만날 수 있을까? 도시 속 무수골도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올해 기후는 얼마나 많은 변덕을 부릴지 모르겠다.

기온 변화에 민감한 계곡산 개구리, 큰산개구리, 청개구리 등은 ‘기후변화 생물지표종’으로 지정되어 있다. 아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는 무수골 개구리들도 농약, 제초제로 인한 개구리들의 비극을 막고, 개구리 서식처인 습지도 지켜달라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그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들어주는 날이 절실하여 이런 날이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생태계에서 쓸모없는 생명은 없다. 기후위기 속에서도 생태계 구성원들은 포기하지 않고 제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무수골에 사는 양서류를 포함한 다양한 생물들도 미약하지만 도시 생태계를 건강하게 떠받치는데 작은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져도 되지 않을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