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영화 촬영 현장의 소동극을 그린 일본의 저예산 좀비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는 최근 본 가장 신선한 좀비영화이다. 이 영화는 좀비영화이지만 가족영화이고, 영화나 드라마나, 방송 쪽에서 조금이라도 일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면 다들 눈물 한 번 쯤은 나올만한 영화이다. 어딘가 한 번쯤은 봤을 법한 유명한 배우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엄청 유명한 감독이 연출을 한 것도 아니지만, 좋은 아이디어 하나 만으로 이렇게 재미있고 참신한 영화가 나올 수 있다는 것도 놀랍다. 원 테이크로 촬영한 37분의 영화 속 영화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영화 밖 이야기나 나온다. 인내가 필요한 영화로 제발 딱 37분정도만 버티면 정말 참신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끽할 수 있다. 예고편을 보는 것도, 뭔가 줄거리를 이야기하는 것도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이 영화에 대한 소개는 단 한마디, ‘37분을 버텨라’이다. 37분을 버틴다면 당신은 정말 즐거운 1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좀비 영화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장면은 선혈이 낭자한 모습, 몸에서 뭔가가 튀어나온 모습, 그리고 그것을 게걸스럽게 먹고 있는 좀비의 모습이다. 연상하고 먹으면 뭔가 이상하지만 예전 좀비영화에 푹~빠져 있을 때 영화 동아리 방에서는 좀비 영화를 보면서 떡볶이와 순대를 먹곤 했다. 다들 징그럽다고들 했지만 뭔가 좀비 영화를 보면서 먹는 순대의 맛은 특별했다.

순대의 기원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몽골의 칭기즈칸이 정복전쟁을 하면서 전투식량으로 돼지 창자에 쌀과 채소를 섞어 말리거나 냉동시켜 지니기 편하게 만든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함경도 지방의 향토음식인 아바이 순대, 강원도 속초에서 유명한 오징어 순대, 호두과자와 함께 천안의 대표음식인 병천순대, 전국 각지에서 자기가 원조라고 외치는 피순대 등 순대의 종류도 매우 다양하고, 순대를 찍어먹는 양념장도 지역마다 다 다르다. 서울특별시, 경기도 등 수도권 지역에서는 소금, 부산광역시, 울산광역시, 경남도 등 부울경 지역에서는 막장이나 쌈장, 전라남도, 전라북도 등 호남지역에서는 초장, 대전광역시, 세종시, 충남, 강원도에서는 새우젓에 찍어 먹는다.

최근 들어 미래의 모습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 어쩌다 우리나라가 이 지경까지 됐는지 한심스럽기도 하고, 탐욕스러운 모습들이 좀비들이 판치는 세상과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순대에 소주나 한 잔 하고 싶은 요즘이다. 아이고 소주 값도 오르는 구나. 앞으로 술도 빚어 먹어야 하나? 쓸데 없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