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은 인간사회의 한 영역이다.
세상은 상반되는 두 요소가 함께 존재한다. 진실이 있는가 하면 거짓이 있고, 선이 있는가 하면 악이 존재하며, 사랑과 미움도, 이기심과 이타심도 함께 존재한다. 하지만 증권시장은 이와 다르다. 향후 ‘증권시장에 慈悲는 없다.’ 부분에서 상세히설명하겠지만 이 시장에는 온전한 이기심만 존재 한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고 각종 편법과 속임수가
난무하여 약자들은 살아남기 힘든 곳이다. 각종 제도와 공권력을 동원 인위적으로 이런 현상을 억제 하고 조정하려하지만 경쟁구도에 의한 적자생존의 자연원리까지 부정하지는 못한다.
세상에 어느 누구도 신의 섭리와 당위성을 거스를 수는 없다. 태양은 동쪽에서 뜨고 서쪽으로 진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며 모든 생물은 태어나서 죽는다.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가을이 지나면 겨울이 온다. 그렇기 때문에 태양을 서쪽에서뜨게 할 수가 없고 계절의 순서를 거꾸로 할 수도,또 물은 스스로 위 방향으로 흐를 수 없다. 소비의 주체인 개인투자가들 앞에는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애석하게도 강력한 2가지(?)의 당위성이 운명적으로 가로놓여 있다. 이는 약자들이 증시에서 실패하는 일반적인 이유들 보다 더 근원적인문제이다.

첫째,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들이 손실을 입는데만약 이들이 수익을 낸다면 얼마나 좋은 일이겠는가? 이럴 경우 제로섬원리의 증권시장에서 반대편에 있는 기관투자가들이 잃는 결과가 된다. 기관이누구인가? 각종 금융권으로 은행과 보험회사, 증권회사 등이다. 이들이 돈을 잃고 부실해질 경우경제의 선순환으로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1997년 한국의 IMF경제위기나 일본의 잃어버린10(20)년, 2008년 미국 금융위기에서 경험했듯이금융권의 부실은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도 있다.

둘째, 도박의 속성을 갖고 있는 증권시장에서 대중들이 보편적으로 돈을 벌 수 있다면 세상에 누가힘들게 직장을 다니고, 어렵게 사업을 하려하겠는가? 모두가 힘들고 위험한 일보다 줄지어 증권시장에서 편하게 돈을 벌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세상의 질서가 바뀔 뿐 아니라 더 나아가 건전한 사회가 형성되기 힘들다.

개인투자가들이 증권시장에서 지속적으로 희생을 치러왔는데 지금까지의 경험만으로도 이미 “개인투자자들 대부분은 돈을 잃는다.”는 것에 대해“결론은 도출되었다.”고 조심스럽게 정의를 내릴수 있다. 그러므로 지금쯤은 ‘방법론’과 ‘긍정론’보다는 ‘당위론적 불가론의 진실’을 말을 할 때가 되었다. 그러나 경험론을 정저지와(井底之蛙 : 우물안의 개구리)라고 하면서 한계를 말한 현자도 있었고, 전제조건이 바뀔 경우 결과가 다르게 나타날수가 있는 불완전성도 존재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른 분석도구가 필요한데 좀 더 객관적이면서과학적으로, 그것이 부족하면 철학적 성찰(省察)과 통찰(洞察)이 필요하다.

세상은 증권시장에서 대중의 ‘실패현상’에 대해본인들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과도한 욕심, 정보력의 한계, 기업분석능력 부족, 비우량주의 매수, 과다한 신용사용, 감정조절의 실패 등등 많은 이유를 열거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정확히 옳은 시각과 논리’는 더더욱 아니다. 이는 간단한 비유만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닭
의 면역력을 능가하는 고병원성의 조류독감이 창궐하고 있는 양계장의 경우로 예를 들어보자. 그곳의 대부분 닭들은 감염된다. 이런 상황에서 A닭이 감염되었을 때 감염에 대한 책임을 A닭에게 돌릴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즉, 그 닭의 위생 상태나 체력 성격 습성 등의 이유 들어 A닭의 잘못 탓으로 돌린다는 것인데 어불성설이다. 닭의 체력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A닭의 감염은 당연하다”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고 오히려감염되지 않은 닭이 있다면 그 닭이 예외적인 닭일뿐이다.

개인투자가들의 잘못된 투자방법을 지적하면서“증권시장에서 실패하지 않고 돈을 벌 수 있다.”고많은 전문가들은 방송과 글을 통해 능력을 뽐내고비법을 공개하고 있지만 실효성에 한계를 가질 뿐아니라 오히려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야기하는 경우가 더 많다. 물론 완전한 비유는 아니지만, 수능시험을 한 달 앞두고 방송에서 사전에 답을 공개한
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시간이 경과하면서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답을 알게 되어 그 시험문제는무용지물이 된다. 그러므로 전문가들의 이러한 모습들은 참 우스운 현상이다. 지금까지 “증권시장에 좋은 비법이 세상에 알려져 대중들이 돈을 벌었다.”라고 하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보물찾기 놀이에서 보물의 위치를 공개하면 그것이 유효
한가? 참여자들이 인식해 가면서 점진적으로 효력을 상실해 간다. 보물찾기 놀이를 계속 하기위해서는 보물을 다른 곳에 숨겨야 하고 새로운 그곳 또한 알려지면 마찬가지다.

이런 모습으로 증권시장은 ‘진화’가 아닌 ‘변질’을거듭하면서 점점 더 어렵고도 힘든 길을 가고 있다. 과거에는 쉬운 상식과 단순한 사칙으로도 풀수 있었던 증권시장이 오늘날 고차원의 논리와 복잡한 방정식으로도 풀기 힘든 상황으로 전개되고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새롭게 보물을숨겨 놀 만한 장소가 정상적으로는 없기 때문이다’
고 말할 수 있다. 원칙에서 변칙으로, 변칙에서 더심한 변칙으로, 더 심한 변칙에서 ‘변태의 장’으로시장은 기형화되어간다. 기업에 득(得), 실(失)도없는 빤한 제로섬의 원리를 액면분할, 액면병합 등의 방식으로 호재처럼 가공하기도 한다.

시장에서 호재로 인식해온 무상증자의 경우도 잉여금을 자본금으로 전입한다고 하지만 앞주머니의 것을 뒷주머니로 옮기는 것과 같은 원리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가치의 증가는 없다. 심지어는 ‘악재를 호재로 둔갑’ 시키고 ‘호재를 악재로 둔갑’시키는 등의 행위를 서슴지 않는다. 이에 개인투자자들은 손실을 확대해 나가고 전문가도 혀를 내두를 만큼 시장을 어려워한다. 여기에는 시장을 주도하고 지배해 나가는 메이저(외국인, 기관, 작전세력)의 책임론을 제기 할 수 있지만 이들만을 탓할 수 없는 것은 이런 상황도 ‘정글법칙’이나 ‘약육강식’의 자연현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재테크의 수단으로 꿈과 희망을안고 증권시장에 입성하지만 당위성과 힘의 논리앞에서 무력하게 굴복해왔다. 오랜 기간 대중투자자들의 ‘손실공장’처럼 되어온 증권시장을 들여다보면서 “이것이 아니다.”라는 깨달음이 있어 조심스럽게 베일을 들추어 보고자한다.


-한국의 증권시장(개인투자자의 현실)-

과거 서울역 앞이나 남대문시장 주위에 순진한사람과 어수룩한 시골 노인들의 쌈짓돈을 노리는야바위꾼들이 많이 있었다. 좌판 위에 화투패 석장을 이리 저리 돌리다가 맞는 것을 찍으면 돈을 곱절로 준다던가, 간장 종지 속에 주사위를 넣고 흔들다가 나오면 걸어 놓은 돈의 두 배를 준다.무리들 틈에는 반드시 선량한 시민으로 가장한 같은 패거리 바람잡이 꾼들이 행인들을 불러 모으고 참여를 부추긴다. 첫 단계로 이들은 시범행위로맞힌다. 그리고 돈을 따는 모습을 보여준다. 다음은 구경꾼들에게도 돈을 걸지 않고 해보라고 한다.그러면 구경꾼은 시범삼아해서 맞힌 후 돈을 걸고하면 틀려 결국 판돈을 날린다. 즉 속임수로 거짓방법을 알려주고 그대로 따라하게하여 참여자들의돈을 갈취하는 것이다.

야바위를 모르는 사람조차도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익숙한 현상이다. 즉, 오늘날 증권시장의 모습인 것이다.
인위적으로 만드는 새로운 질서(동행과 배신)이를 설명하기 위해 예를 들고자 한다.『험준한 산위로 새로운 길을 낸다고 가정을 해보자. 우선 설계자가 설계를 할 것이고 시공자는 이것을 바탕으로 길을 완성해 나간다. 당연히 이 길은 설계자와 시공자가 잘 안다. 길을 지나갈 때 어두운 밤이라면 길을 모르는 일반사람들은 이들의손을 꼭 붙잡고 따라가야 한다. 그런데 손을 잡고 가다가 꼭대기 부근에서 손을 놓아 버린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산을 헤매다 낭떠러지에 떨어진다.시간이 경과해 이 길이 사람들에게 익숙해 질 때사람들은 안내자의 도움 없이 길을 갈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때쯤 기존의 길을 폐쇄하고 또 다른길을 만든다는 것이다. 물론 새로운 길에서도 이들은 손을 잡고 가다가 정상에서 손을 놓는다.』이 예는 현재 한국 주식시장의 현실을 어느 정도정확하게 표현한 것이다.

주식시장은 항상 새로운 환경이 형성되는데 이것을 힘 있는 자들(외국인, 기관, 세력 등)이 패러다임화한 후 시장 내에서 절묘한 합의점을 만든다.이 패러다임과 합의점은 일관성이 결여될 뿐 아니라 신뢰성도 없다. 주도자의 의도를 가미하여 자신들의 유리한 방향으로 조작 내지 가공한다는 것이다. “이래서 저렇게 되어야 한다.”의 논리인데, 예
를 들면 “이런 이유 때문에 어떤 주식이 오른다.”,“지금까지는 어떤 업종이 좋았고 다음부터는 어떤테마주들이 오른다.”, “이 기업은 합병해서 오른다.”, “저 기업은 분할하기 때문에 오른다.” 등 그때그때마다 그럴듯하게 구실을 만들어나간다. 물론 주도자(외국인과 기관 세력 등)들은 이런 패러다임을 세상에 알리기 전 주식을 매집한다. 대체로 외국인이 1순위고 다음은 기관이다. 이 과정에서주식은 상당부분 상승한다. 개인투자가들이 살 것인지 고민하는 사이 주식은 더 오른다. 망설임 후용기를 내서 매수하면 외국인과 기관들은 무지막지하게 개인들에게 팔아넘긴다. 결국 주식은 하락하고 개인투자가들은 손실을 입고 매도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개인투자가들의 손실은 계속
확대되는 것이다.


선동하는 언론과 전문가집단(호객행위)
증권방송, 경제신문, 인터넷, 전문가 개별 사이트, 찌라시, 각종 소문 등을 통해 자연적으로 혹은인위적으로 많은 증권관련 정보들이 생산된다. 이러한 내용들 중에는 순수한 보도나 기사도 있지만불순한 목적을 갖는 허위사실이 더 많다. 정체불명의 이런 정보들을 액면그대로 믿고 주식을 매매한다면 과연 어떤 결과가 초래될까? 아마도 성공보
다는 실패의 경험이 더 많았을 것이다.좋은 증권전문가는 두 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우선 예리한 분석력을 바탕으로 한 실력은 필수적이고 그에 못지않게 선한 양심을 소유해야 된다.증권시장에는 좋은 전문가들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 반대되는 이들도 많이 존재하는데, 자신들의잇속을 챙기기 위해 거짓 정보를 유포해 특정 종목 매매를 유도하여 개인들에게 피해를 야기하기도한다.

차트(그래프)의 허구성(후행성에 집착)
증권에 종사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은 차트를 신봉한다.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항상 차트를 놓고 설명한다. 즉, 주식의 오르내리는 이유를 “그래프가이래서 올랐고, 저래서 내렸다.”라는 것이다. 그러면 과연 차트에 의존해 주식을 매매한다면 돈을벌 수 있는가? 단언컨대, 결코 아니다. “만인이 아는 진실은 더 이상 진실이 아니다.”라는 금언이 증권시장에서 정확히 적용된다. 대중이 인식하는 시점에 차트는 이미 효력을 상실하고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차트는 무시해서도 안 되고 맹신해서도 안 된다. 다만 추세파악의 수단으로만 삼아야 한다.

최대의 수혜자와 피해자여러 가지의 이유에 의해 개인투자가들은 손실을입는데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 일련의 과정에서최대의 수혜자는 외국인이다. 물론 자본시장의 개방이후 외국자본이 들어와 한국의 금융시장을 선진화하고 우리 증권시장을 떠받치는 역할도 했다.그러나 이들에 의해 수출기업이 힘들게 벌어들인우리의 외화, 국부가 지속적으로 해외로 유출된다는 것은 매우 우려할만한 일이다.안타깝게도 최대의 피해자는 개인이다. 최근 많은 수의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전락했다는 통계가있는데, 이러한 결과에 한몫을 한 주식시장은 개인에게 있어 ‘기회의 장’이 아니라 ‘악의 구렁텅이’가될 수 있음을 인지하여야 한다.



<본 기사는 월간 난세계 6월호 7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
원문 . 저작자 서승완 S&S 증권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