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서 오랫동안 농부의 손에 길들여져 그 지역의 기후풍토에 적응해 고정화된 벼 품종. 민족의 밥상을 책임지고 선조의 얼과 숨결이 배어 있는 값진 유산이 바로 토종벼이다. 전국에서 토종벼를 아끼고, 토종벼 고유의 특성과 가능성을 찾는 토종농부들의 잔치, 제9회 전국토종벼농부대회가 지난달 21일 명성황후 생가유적지 내 문예관에서 열렸다.

| 이경민 기자 |

토종벼. 그 무한한 가능성을 보다

토종벼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하고, 토종쌀로 만든 막걸리와 맥주, 조청, 약식, 초콜릿 등을 맛보고 평가하는 자리가 열렸다. 토종벼를 재배하는 농가들의 모임 ‘전국토종벼농부들’은 지난달 21일 명성황후 생가유적지 내 문예관에서 ‘제9회 전국토종벼 농부대회’를 개최했다. 올해 전국토종벼 농부대회는 ‘토종벼 품종별 가능성’이란 주제로 토종벼 심포지엄과 토종쌀 시식회&시음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백웅재 얼터렉티브 살롱 대표는 ‘탁월한 밥맛, 토종벼 품종별 쌀밥 이야기’란 주제발표를 시작으로 이만수 전통주연구회 회장의 ‘우리 술의 다양성, 토종 찹쌀10종으로 빚은 막걸리’, 윤성희 흙살림토종연구소 소장의 ‘조동지의 기원’ 등 다채로운 주제의 발표가 이어졌다. 특히 올해는 토종쌀로 다양한 가공품을 만드는 발표가 눈길을 끌었다.

조동지 쌀을 이용한 맥주와 토종쌀로 빚은 막걸리, 막걸리 파우더, 약식 등 다양한 가공품에 대한 발표가 이어져 토종벼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근이 우보농장 대표는 “2022년 기준 토종쌀 재배면적은 3만 5,000평, 생산량은 40톤 내외로 전체 쌀 재배의 0.00001%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러한 토종벼로 막걸리를 만든다면 농민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종자주권, 식량주권의 기반을 닦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농부는 현재 450종의 토종벼를 복원해 재배하고 있으며, “다양한 맛의 우리 술을 만든다면 토종벼의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1부 심포지엄 이후 참석한 농부와 소비자들은 토종쌀을 이용한 막걸리와 약식 등을 맛보며 서로의 의견을 나눴다. 한편 이날 행사장에서는 토종벼 볏단 400여 품종의 전시와 황정하 작가의 토종벼 볏짚공예품 전시가 진행되었으며, 경관 조성을 위한 5색 토종볍씨와 지역 대표 품종 50여 종을 함께 나누는 자리도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