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도적, 불가항력. 최근 친환경농업 분야의 이슈가 되는 단어이다. 친환경인증제도 개선을 넘어 개혁을 하자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홍성환경농업교육관에서는 마을학회 일소공도 제48차 월례세미나가 개최됐다. ‘친환경농업 인증제도 혁신방안’이라는 주제로 개최된 세미나에서는 학계를 비롯해 농민, 생협조직 등의 다양한 의견이 도출됐다.

| 이경민 기자

국내 유기농 인증. 추적심사에 대한 기술을 높여야...

지난해 농식품부는 ‘친환경농산물의 비의도적 농약오염에 대한 행정처분 개선책’을 발표했다. ▲ 표준업무매뉴얼 도입 ▲ 재심사 요건 구체화 ▲ 친환경 민원 창구 개설 ▲ 인증기관 평가항목 개선 등의 내용을 담고 있지만 현장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좀 더 근본적인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달 28일 일소공도 월례세미나에서는 ‘친환경농업 인증제도의 혁신방안’이라는 주제로 유병덕 이시도르지속가능연구소 소장의 발제와 각 분야를 대표하는

4명의 토론자 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유병덕 소장은 “국제 기준에서 다루지 않는 한 가지 기준이 국내 기준에 포함되어 있고, ‘잔류농약이 검출되면 안된다’는 한 문장이 나머지 모든 기준보다 엄격히 적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유럽과 미국의 경우 잔류농약 검사에 의존하지 않고 국내와는 달리 잔류농약 검수가 현저히 적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인증 품목의 5%만 검사하게 되어 있으며, 실제 검사 건수는 그보다 적게 실시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에도 잔류농약 검사는 리스크가 높은 경우만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잔류농약의 검사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검출된 이후의 문제이다. 해외의 경우 인증농가의 취약한 점을 보완하는 기회를 주고, 유기농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반면에 국내의 경우는 잔류농약이 검출되면 퇴출 대상이 된다. 유 소장은 “국제 유기농 심사는 물리적 관찰, 인터뷰, 추적심사 그리고 시험분석으로 진행되며, 앞의 세 가지에 충실하면 마지막으로 진행하는 실험실내 분석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내에서는 추적심사에 대한 기술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