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쩍이는 차들의 전조등과 눈이 부실정도로 밝은 조명. 매일 새벽의 가락시장은 전쟁터다. 한때 가락시장이라는 격전지를 휘젓고 다니며 특수채소를 유통했었다는 이충희 대표.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버린 이 대표의 머릿속에 번쩍인 것은 바로 유럽형 채소, ‘와일드 루꼴라’다.

손무경 기자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던 동반자

가락시장은 이충희 대표에게 잊지 못 할 장소다. 누가 ‘가락시장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라고하는가. 가락시장의 밤은 달보다 밝게 빛나는 조명아래 이 대표의 몸과 마음을 지치게했다. 결국 이른바 번아웃이 와버린 이 대표는 홍성으로 귀농길에 올랐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홍성에서의 제 2막을 올리게 된 것도 가락시장에서 특수채소를 유통했던 경험이니, 잊지 못 할 장소임에 틀림없다.

“그때에는 재밌었습니다. 특수채소라는 것을 유통하고 그것을 활용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배워간다는 것이요.”

처음 ‘루꼴라’라는 것을 만났던 당시를 회상하며 이충희 대표가 말했다. 2002년은 아직 ‘루꼴라’나 ‘로메인’ 같은 특수채소가 생소하던 시기였다.

유통업을 하면서 다양한 요리사를 만났던 이 대표는 직감적으로 특수채소의 시장이 커질

것을 알았다. 당시 셰프가 되기 위해 해외 유학은 등용문 같은 존재였고, 이로 인해 한국의 신입 셰프들은 유학 시 사용했던 유럽형 특수채소를 점점 많이 찾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굳센 주관으로 시작한 유기농 ‘루꼴라’

현재 이충희 대표는 200평짜리 하우스 5동에서 와일드 루꼴라를 생산하고 있다. 쉼이 있는 삶, 숨 쉬듯 자연스러운 삶을 지향하는 이 대표의 가치관 때문일까, 이곳 루꼴라들은 전부 유기농이다. 와일드 루꼴라는 야생이라 자생력이 강해 특별한 관리가 필요 없다는 이충희 대표. 가끔 진디나 청벌레가 생기면 친환경자재 사용으로도 충분하다고 한다. 부추처럼 자랄 때마다 잘라주기만 하면 된다는 루꼴라를 위해 이 대표가 특별히 해주는 것은 녹비와 휴경뿐이다. 또한, 친환경을 생각해 퇴비도 일 년에 아주 적게 준다고 하니 자연 그 자체다.

“품질이 안 되면 다 처분합니다. 계약재배를 하면 항상 일관성이 있어야 합니다. 다른 곳의 마진을 보고 자꾸 흔들리면 생산자가 아니라 장사꾼입니다.”

코로나 첫 발생당시 특수채소 행사들이 취소되며 힘들었던 시기와 온라인 판매 붐을 지나 지금은 루꼴라 포화시기를 겪는 이충희 대표가 강조한 것은 ‘의리’이다. 품질에 대한 의리, 가격과 거래에 대한 의리를 지키고 생산자의 자세를 새겨 ‘꾼’이 되지 않는 것이다.

“처음에는 품질이 좀 안 나와도 아깝다고 못 버리겠다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걸 아까워하지 않을 줄 알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