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텃밭이 성에 차지 않으면, 풀을 열심히 잡을 각오를 단단히 하고 놀고 있는 밭둑에 쪼르륵 줄 맞춰 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경사진 땅에 심으면 햇볕을 골고루 잘 받고, 바람도 잘 통해서 평평한 밭에 심는 것보다 오히려 수확이 더 쏠쏠하다. 다만 한여름에 풀 잡는 게 큰일이다. 오죽하면 ‘콩밭 매는 아낙네야~’라는 노래가 다 있을까.

재배법
어린 풀을 만만히 보고 방치할 경우 콩밭은 풀밭이 돼 버리고 만다. 풀이 한 번 자라면 콩도 웃자라서 약하고, 풀을 베면 콩줄기가 쓰러져 버리기 때문에 도무지 손을 쓸 수가 없다. 풀이 자라기 전에 미리미리 김을 매줘야 한다.
밥에 넣어 먹는 서리태나 약콩도 그렇고, 한여름 별미인 콩국수를 해 먹거나 쑤어서 메주를 만들 메주콩도 그렇고, 콩은 저장도 잘 되고 필요한 양이 제법 많다. 그리고 처음 한 달 정도 풀만 잘 잡아 주면 손도 그리 많이 가지 않는데다가 특별히 밑거름이나 웃거름을 주지 않아도 된다. 그러니 콩은 무조건 많이 심으면 많이 심을수록 좋다.

씨앗준비
콩은 종류가 무척 많다. 그리고 콩마다 독특한 개성이 있어서 심는 시기가 4월 중?하순부터 7월 초순까지 길다. 또 무성하게 자라는 종자도 있고 비교적 맵시 있게 작고 짱짱하게 자라는 종자도 있다. 그러니 종자를 받을 때 최소한 언제 심어서 언제 거두는 지 확인하고 종자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배게 심어도 되는지 아니면 성기게 심어야 하는지 확인하는 게 좋다. 심기 전에 씨앗을 물에 담가 불리면 부실한 것들은 위로 떠오른다.

심는 시기
일반적으로 말하면, 서리태처럼 조금 일찍 심어야 하는 종자들은 보통 모내기를 마치고 심는다. 5월 중순이나 하순이다. 논둑을 호미로 제법 깊게 파서 재 한 줌 넣고 콩을 세알 넣는 식이다.
메주콩은 보통 감자나 마늘을 캔 밭에 심는다. 6월 중순, 그러니까 하지 전 후다. 곧 장마가 닥치니까 서둘러야 한다. 이 때 심으면 자라는 기간이 짧다. 그래서 빨리 자라는 올콩을 심어야 한다.
예전에는 주로 보리나 밀을 거두고 콩을 심었다. 5월 초순에 보리 베고 나서 콩씨를 두루두루 뿌리고, 물 빠짐을 위해 적당한 간격으로 골을 타준다. 쟁기로 골을 타면서 나오는 쟁깃밥을 쇠스랑 같은 걸로 탁탁 깨서 뿌려 놓은 콩씨를 덮어 주는 식이었다.
주말농사를 하는 경우라면, 얼갈이배추나 열무를 얼른 키워서 거두고 그 자리에 심어도 좋겠다. 콩은 거두는 시기가 늦으니까 8월 쯤 심는 김장거리와 좁은 땅을 두고 경합하게 된다. 콩을 많이 심으면 김장거리 심을 자리가 마땅치 않을 수 있으니 이를 염두에 두고 심어야 한다.

밭 준비
밭은 햇빛이 잘 들고 물 빠짐이 좋으면 좋다. 많은 수확을 얻기 위해서는 연탄재나 나뭇재 혹은 숯을 꼭 넣어준다. 작년에 거둔 콩대를 태워 주면 더욱 좋다. 질소질이 많은 거름은 피한다. 콩 뿌리에 달려 붙은 뿌리혹박테리아가 공기 중에 흔한 질소를 콩이 이용할 수 있는 형태로 바꾸어 공급해 주기 때문이다. 기름진 땅에서는 열매를 많이 맺기보다 넝쿨만 무성하게 자랄 수 있다.
땅 속에서 무수하게 풀씨가 올라오고 있으니 잘 갈아엎고 적당한 높이와 간격으로 이랑을 만들다. 콜 간격은 70cm 정도가 적당하다.

씨앗 뿌리기와 모종 키우기
본밭에 바로 심을 때는 콩을 세알씩 심는 것은 발아가 되지 않는 것도 있을 수 있고 또 콩이 두세 포기씩 함께 자라야 열매도 잘 맺히기 때문이다.
심을 때는 호미로 구덩이를 깊게 파고 심고, 덮는 흙은 콩씨 굵기의 세배쯤 덮이게 살짝 덮는다. 혹시라도 까치 같은 새의 피해가 우려되므로 흙을 약간 눌러 주듯이 덮고 위에다 낙엽이나 잡초들을 덮어 주면 좋다.
새 피해가 심한 곳에서는 따로 모종을 내어 옮겨 심는 편이 좋다. 콩은 싹이 터서 나오면 떡잎이 나오고, 좀 더 자라면 잎 하나짜리 줄기가 양쪽으로 하나씩 두 개가 나온다. 그리고 좀 더 자라면 이파리가 세 개 달리는 본 잎이 나오는데, 이 본 잎이 막 생길 때 옮겨 심는다.
파종하고 본 잎이 나오기까지 품종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5일에서 20일 정도 걸린다. 한 포기당 두 대를 심는 것이 표준이다. 심을 때 두둑 정수리에 심는 게 아니고 골 쪽으로 삼분지 이쯤 내려서 심는다. 골에서 보자면 두둑 쪽으로 약간 올려 심는 셈이다.

가꾸기
씨앗을 깊게 파고 심거나 모를 두둑 아래쪽으로 내려 심는 이유는 풀이 올라오면 북주기와 제초를 동시에 하기 위함이다. 두둑 흙을 파서 콩 줄기를 덮는다. 떡잎과 떡잎 위포 이파리 하나 달린 줄기까지, 그러니깐 본잎 아래는 완전히 묻어줘야 한다.
보통 북주기는 두 차례 정도 나누어서 한다. 처음 풀이 보이기 시작하면 한 번 하고, 또 풀이 올라오면 한 번 더 한다. 두 차례 북주기는 반드시 해야 한다. 하지 않으면 콩이 풀숲에 묻히거나 콩대가 다 쓰러져서 영 못쓰게 되고 만다.
그 다음에 할 일은 순지르기다. 본 잎은 잎줄기 하나에 세장씩 달리는데 이게 여섯 쌍(잎 수로 열여덟 장)이 나오면 꼭 순(생장점)을 잘라줘야 한다. 손으로 꼭 집어서 따주면 된다. 순을 잘라주지 않으면 무성하게 자라 오르다가 픽 쓰러지기 쉽다.
콩은 줄기에 있는 마디마디마다 꼬투리가 달리는데 순을 질러줘야 더 많은 곁가지가 뻗어 나오고, 그래야 더 많은 마디를 확보할 수 있어 꼬투리가 많이 달린다. 콩은 병해충이 별로 없다. 특별히 갉아먹는 벌레도 없지만 가끔 있더라도 별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