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잡곡은 체질에 따라 가려 먹는 것이 좋지만 콩은 어떤 체질을 가진 사람이도 먹으면 무조건 좋다. 콩에는 단백질 40%, 지질 20%, 탄수화물이 30%가 들어 있어 곡식이라고는 하지만 성분으로 볼 때 거의 고기에 가까워 흔히 밭에서 나는 쇠고기라고 하며, 밥에 부족한 양분을 훌륭히 보충해 준다. 세계를 다 둘러봐도 밥에 콩을 넣어 먹는 지혜를 발휘한 민족은 한민족뿐이라고 한다.

5월에 접어들면 보리나 밀을 벤다. 보리나 밀을 심었던 논에는 이어서 모내기를 하면 되지만, 보리나 밀을 밭에 심어 수확한 경우에는 빈 밭에 무얼 심었을까? 또 6월이 되면 마늘을 캐고 감자를 거둔다. 역시 빈 밭이 생긴다. 무얼 심는게 좋을까?
많은 경우 콩을 심는다. 모내고 나서 논둑에도 콩을 심는다. 콩밭에는 듬성듬성 옥수수나 조, 수수 등을 섞어 심기도 한다. 아주 마음먹고 콩 농사를 지을 때는 4월 말에 파종해서 싹을 내고 모를 키워서 5월 초에 정식을 한다. 이렇게 콩 파종기는 4월부터 7월가지 자유자재다. 그렇다고 다른 채소들처럼 비가림 시설을 하거나 특별히 가온을 하는 것도 아니다. 모두 노지에서 재배한다.
콩은 종류가 수없이 많다. 대개 쓰임새에 따라 이름을 짓거나(메주콩, 밥밑콩, 나물콩, 약콩, 고물콩 등), 또는 모양에 따라(흰콩, 검정콩, 속푸른콩, 청태, 쥐눈이콩, 수박태 등) 열리는 형태에 따라 이런저런 이름이 붙어 있다.
콩은 아마 우리 농사의 역사 중에서 가장 오래된 작물일 것이다. 한반도 전역에서 자생하고 있었다는 사실만 보아도 그렇고, 또 오랜 옛날 우리의 조상인 유목민들이 한반도에 들어왔을 때 초지가 부족해 가축을 기를 수 없어 고기 대체 음식으로 풍부한 영향을 갖고 있던 콩을 선택했을 것이라는 점은 쉽게 추측할 수 있다. 또한 콩은 농사짓기에 까다롭지 않다. 아무런 농기구 없이 손만 갖고도 농사를 지을 수 있다. 거름도 거의 필요 없다. 물만 잘 빠지면 아무 땅이나(거친 산악지방도 물론) 심어서 키우고 탈곡할 때도 막대기로 두드리거나 아니면 돌 같은 데에다 두드려 패면 쉽게 열매를 얻을 수 있다. 먹을 때에도 쌀처럼 번거롭게 껍질을 벗길 일도 없이 날로 그대로 먹을 수 있으니 그처럼 좋은 일이 없다.
콩이 우리에게 주는 이런 다양한 혜택을 설명하기에 ‘신토불이’란 말보다 더 적합한 말은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에는 인간이 살기 훨씬 이전부터 콩이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콩의 원산지는 중국 동북부와 만주, 한반도 등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콩의 원조인 야생콩이 한반도 곳곳에 발견되고 있어 한반도가 그 중심임을 입증하고 있다.
그래서 콩은 우리 음식문화를 대표한다. 보통 나라나 민족의 음식문화 수준을 가늠하는 기준은 발효식품의 발달 정도인데, 우리의 대표적인 발효식품은 된장, 간장, 고추장이다. 모두 재료가 콩이다. 된장국, 된장찌개, 된장으로 무친 채소무침, 두부, 콩나물, 콩자반, 콩잎 장아찌 등 한국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이 콩 없이 음식다운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 콩은 점차 수입 콩에 밀려 과거 밀이 그랬던 것 처럼 원산지인 우리나라에서 자취를 잃어버릴 위기에 처한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원산지라는 명성은 둘째 치고 농약에 찌든 데다 소위 유전자 조작 콩이라는 아주 위험스런 수입콩이 우리의 밥상을 차지하고 있으니 실로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세계 1위의 콩 수출국인 미국 콩농사의 번성은 한반도에서 채취해 간 5,496종의 종자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하니 참으로 기가 막힐 일이다. 이제라도 귀농자들과 함께 우리 농민들이 나서서 콩을 되살려 주길 간절히 바란다.

■재배법
흔히 하는 말로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고 하지만 딱 맞는 말은 아니다. 보통은 ‘콩 심은데 풀이 난다’. 콩 농사는 풀만 잘 잡아주면 성공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특히 제초제를 쓰지 않는 텃밭농사에서는 풀잡는게 관건이다. 콩이 자라는 시기와 풀이 와성하게 자라는 시기가 딱 겹쳐 있기 때문에 그렇다.
어린 풀을 만만히 보고 방치할 경우 콩밭은 풀밭이 돼 버리고 만다. 풀이 한 번 자라면 콩도 웃자라서 약하고, 풀을 베면 콩줄기가 쓰려져 버리기 때문에 도무지 손을 쓸 수가 없다. 풀이 자라기 전에 미리미리김을 매 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