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길이가 가장 길다는 동지(冬至)를 지나면 이제부터는 해가 조금씩 길어질 것이다. 동지를 지나서인지 맑은 하늘에 핏빛 저녁노을을 만들며 해가 떨어지는 시간이 조금씩 길어지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가 있다. 예전에는 동지에 붉은 팥죽에 새알심을 넣어 먹기도 했는데 팥죽의 붉은색이 나쁜 일들을 내어 쫒는다고 하여 우리 세시풍속으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아마도 이때쯤에는 붉은색의 팥죽을 먹음으로 우리 몸이 필요한 기운을 얻어 건강하게 겨울을 날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한 풍습이 생겼으리라 짐작해본다. 실제로 팥죽에는 피부가 붉게 부어오르고 열이 나거나 쑤신 아픈 증상에 특효가 있다고 하니 추운 겨울동안 움츠리고 있다가 생겨나는 질병으로부터 건강을 지켜주는 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사람도 때에 따라 먹는 음식들이 있는데 조상들로부터 이러한 것들이 그냥 만들어져 지금까지 우리에게 내려온 것 같지는 않다. 각 절기마다 우리 몸에 올 수 있는 질병을 예방하고자 하는 의미에서 음식을 섭취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풍습들은 한 두 해가 아닌 긴 세월 이 땅에서 살아온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직접 체험하고 깨달아 후손들에게 물려준 귀중한 자산인 것이다. 요즘에 들어와 옛것은 다소 고루하고 진부하다고 하여 첨단 과학 기술에 밀려 우리 조상들의 지혜로운 풍습들이 뒤로 밀려나는 것이 못 내 안타깝기도 하다. 이제부터 낮이 길이가 조금씩 길어지므로 그동안 추위에 웅크리고 미루어 놓았던 일들을 정리하고 올해의 첫 단추를 잘 끼기 위해 부지런을 좀 떨어야겠다.

먹이가 미생물의 특징을 좌우한다
사람이 끼니마다 먹는 음식이 다르듯 미생물도 키우는 목적에 따라 먹는 음식이 달라진다. 즉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미생물의 활용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하찮은 미생물이라고 해서 무시하고 아무런 음식이나 주고 한다면 미생물은 배양도 잘 안될 뿐더러, 설사 배양이 되어 농업 현장에 적용하더라도 큰 효과를 보지 못 할 수도 있다. 똑같은 방선균이라도 아무런 특징 없는 평범한 방선균으로 자라날 수 있는 반면에 먹이와 배양 환경을 좀 신경 써서 만들어 주면 이제까지는 평범한 방선균이었던 것이 갑자기 항생제를 마구 분비하는 이로운 방선균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 농민들이 미생물을 이용하는 것은 주로 미생물로 만든 발효 액체 비료를 만들기 위해서다. 농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당밀, 쌀겨, 혈분 등을 넣고 시중에 판매하는 미생물 생균을 접종하고 키우면 단지 미생물의 밀도만 증가될 것이다. 그리고 농민들이 넣어준 미생물이 자라지 않고 엉뚱한 미생물이 자랄 수도 있다.

모든 생명체의 사령탑 DNA
1마이크로미터(㎛) 밖에 안 되는 엄청나게 작은 미생물들이 무엇을 안다고 먹이를 분간해 가며 자라는 것일까? 1마이크로미터는 1센티미터를 10,000등분한 매우 미세한 크기인데 그렇게 작은 미생물도 뭔 생각을 그렇게 복잡하게 하면서 살아가는 것일까?
우리가 보기에는 미물이고 하찮은 것으로 여겨지는 미생물들도 나름대로 머리를 써가면서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지를 꼼꼼하게 따져가면서 생활을 하고 있다. 한 마리의 미생물(세균)을 현미경으로 자세히 관찰해보면 미생물의 몸 안에 DNA(Deoxyribo Nucleic Acid의 약자이며 간단히 핵산<核酸>이라고도 함)라는 물질을 관찰할 수 있는데 이것은 일종의 설계도 또는 작업지시서와 같은 것이다. 즉 어느 특정 미생물이 처음 만들어질 때 사용되었던 설계도가 DNA인 것이다. 또한 이 미생물이 평생을 살아가면서 필요한 물질들을 만들 때에도 그 물질을 어떻게 만들어서 어디로 보내라고 하는 세세한 내용이 적혀있는 작업지시서이기도 하다. 핵산(DNA)은 우리에게는 핵산조미료라는 이름으로 친숙한 용어인데 핵산은 버섯 맛을 내게 하는 조미료 성분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렇게 미생물 몸 안에 들어있는 DNA에는 그 미생물의 모든 정보와 특징이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기록되어 있다. 그러므로 DNA야 말로 모든 생명체의 구성 물질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렇게 귀중한 DNA를 우리 사람을 비롯한 고등생물은 세포안의 아무 곳에 방치해 놓는 것이 아니라 핵이라고 하는 주머니를 별도로 만들어 그 안에 DNA를 보관하면서 다른 외부 충격이나 스트레스로부터 보호를 하고 있다. 그러나 세균은 DNA를 핵이라고 하는 별도의 주머니 없이 그대로 다른 기관과 구분 없이 같이 보관을 하고 있다. 즉 세균은 세포내에 핵이라고 하는 기관이 없다. 그래서 이러한 핵이 없는 세균을 원핵생물(原核生物)이라고 부르는 반면에 곰팡이는 DNA를 보관하는 핵이 있으므로 진핵생물(眞核生物)이라고 한다. 미생물학에서는 세균과 같은 원핵생물은 하등한 생물이라 하고 곰팡이부터 조류, 그리고 고등한 동물에 이르기까지의 생물들을 진핵생물이라 하여 세균보다 고등한 생물로 분류를 한다. 그리고 미생물의 몸 안에 있던 DNA를 제외한 다른 세포 소기관들은 DNA가 시키는 작업만을 수행한다.
그러므로 이 DNA만 있으면 똑같은 미생물이나 생명체를 만들어 낼 수 있는데 이렇게 실험실에서 인위적으로 생명체를 만들어 내는 것을 복제라고 한다. 생명 복제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에 의한 의견들이 분분하지만 생명창조라고 하는 신의 영역에 우리 인간이 월권을 한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설명했던 DNA는 다른 말로 염색체, 유전물질, 게놈과 같은 이름으로도 불려지는데, 사실 다 같은 말이다. 미생물뿐만이 아니라 모든 살아있는 생물체에는 DNA가 모두 들어있다. 이 DNA에 의해서 생물체가 움직이고 처신을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DNA는 생물체의 뇌 역할을 하는 것이다. 모든 미생물들도 자기 DNA가 시키는 대로 움직인다. DNA는 모든 생명체에 사령탑 역할을 하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물질이다.

기생해야 산다 ‘바이러스’
인류 역사상 수많은 전쟁을 치러왔는데 전쟁이 나면 가장 먼저 공격을 하게 되는 곳은 적의 우두머리가 있는 곳이며 아무리 전세가 우세하더라도 사령관이 적의 포로로 잡히면 거의 전쟁은 끝나고 패전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적의 노른자에 해당하는 적장을 잡는 것이 전쟁의 승부를 결정하는 승부수가 될 수 있다. 이렇게 상대의 노른자만을 공격하여 매번 승리를 하는 아주 약삭스러운 미생물이 있다. 
바이러스(Virus)는 다른 세포내 기관은 가지고 있지 않고 오직 DNA와 DNA를 둘러싸고 있는 껍데기만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혼자서는 절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어디를 갈 수도 없다. 거의 죽어있는 물질과 같은 것이다. 그런데 바이러스는 특이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다른 세포에 기생을 하며 자기 이익을 취하는 특징이 그것이다. 이렇게 바이러스에 의해 피해나 침범을 당한 세포를 숙주세포라고 한다. 바이러스는 평상시에는 죽어 있는 물질처럼 공기 중에 둥둥 떠다니거나 사람이나 동물의 몸속에 존재만 하고 있다가 주위 환경이 맞아 떨어지거나 기생하고 있던 사람이나 동물의 면역력이 떨어지면 이때다 하고 살아있는 미생물이나 사람세포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바이러스가 정상 세포를 공격하는 방법은 숙주가 될 세포의 외부 벽면에 딱 붙어서 벽을 뚫고 자기가 가지고 있던 DNA를 그 안으로 쏙 집어넣어 버린다. 그렇게 숙주세포 안으로 들어간 바이러스의 DNA는 원래 있던 숙주세포의 DNA를 제거해버린 후 숙주세포를 자기 마음대로 지휘하기 시작한다.
그러면 숙주세포는 바이러스의 DNA가 시키는 대로만 움직이게 되는데 바이러스는 숙주세포로 하여금 바이러스의 새끼를 만드는데 필요한 껍데기와 DNA만을 만들도록 명령을 한다. 그러면 숙주세포 안에 있던 여러 기관들은 바이러스 DNA의 명령에 따라 무조건 바이러스의 DNA와 껍데기만 만들게 되고 이러한 반복적인 과정만을 거쳐 바이러스 새끼들이 많이 만들어지게 된다. DNA만을 바꿔치기 함으로써 쉽게 다른 생명체를 정복하고 주인노릇을 하는 것이다.
바이러스에 의해 공격당한 세포는 이렇게 바이러스의 노예 생활만을 하게 되는데 바이러스는 지금까지 이용만 해왔던 숙주세포가 더 이상 자기 새끼들을 못 만들고 이용 가치가 떨어지면 미련 없이 숙주세포를 죽이고 그동안 부지런히 만들어 놓았던 수많은 자기 새끼들을 데리고 세상으로 퍼져나가게 된다. 이렇게 퍼져나가는 바이러스는 공기 중에서는 살아있는 생명체가 아니므로 특별하게 죽일 수 있는 방법이 아직 개발되어 있지 않다. 만약에 바이러스가 살아있는 생명체이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죽여 버릴 텐데 평상시에는 돌이나 소금과 같이 단순한 물질의 형태로 존재하다가 기생하기 좋은 만만한 숙주세포를 만나면 그때부터 자기의 음흉한 본색을 드러내는 기회주의적인 미생물이므로 참 방제하기 어렵다. 또한 크기도 일반 세균에 비해 100배 정도 작으므로 현미경 관찰이나 실험실내에서 배양하기도 어려워 연구하는 데에도 수많은 벽이 있다.

요즘 전국적으로 소와 돼지가 구제역(口蹄疫: Foot and Mouth Disease) 바이러스에 전염되어 사상 초유의 긴급 방제가 실시되고 있다. 구제역은 발굽이 2개인 동물에만 발생되는 질병으로 거품 섞인 침을 흘리면서 가축이 죽어가는 제1종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다. 구제역바이러스 또한 위에서 설명한 대로 특별한 방제 방법이 아직 개발되지 않아 발생하면 속수무책 당하기만 하는 실정이다. 아무쪼록 이번 구제역 피해가 잘 마무리되어지고 가축들 또한 질병에 대한 면역력이 강화되어 구제역 바이러스 같은 질병이 다시는 이 땅에 발생되지 않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