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처럼 민족의 대 명절인 중추가절, 한가위를 맞이하기까지 날씨가 극성을 부려 뒤숭숭한 추석을 맞이한 것도 드물것이다. 태풍에 급작스러운 폭우로 이재민이 발생해 다 함께 웃고 즐거워야 할 명절을 맞이하는 마음 한 켠이 편하지 못하다.
예전 어린 시절에는 추석이나 설과 같은 명절이 돌아오면 얼마나 마음이 설레고 기다려졌던지 새삼 기억이 난다. 할머니 댁에 입고 갈 새 옷을 장만하기 위해 엄마 손을 꼭 잡고 시장을 따라다니던 추억과 오랜만에 만나게 될 친척들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이 그렇게 즐거웠던 것으로 기억된다. 또 추석 당일이면 제삿상에 올라갔던 어린 동심을 유혹하기 충분한 달콤하게 생긴 색깔의 사탕과 약과며 평소에는 먹을 수 없었던 곶감 같은 맛있는 것들을 먹을 수 있는 기다림에 제사지내는 어른들 뒤에서 제사가 어서 끝나기만을 기다리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 추석 전날에는 새로 산 옷과 운동화를 머리맡에 두고 잠을 뒤척이다 간신히 잠이 들곤 했다.

섭취와 배설의 관계
우리 고유 명절이자 즐거운 날인 추석 때만 되면 직장인같은 경우 평상시의 리듬이 깨지게 된다. 규칙적인 아침, 점심, 저녁밥을 챙겨먹다가 시도 때도 없이 기름진 음식과 평소에는 잘 먹지 않던 음식들을 수시로 과식하다 보니 몸에 문제가 생긴다. 배탈이 나서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되는데 몸의 균형이 깨진 것이다. 우리 뇌는 몸 상태를 항상 일정한 상태로 유지해 나가기 위해 에너지를 소비해가며 노력을 하는데, 갑자기 평소에 섭취하지 않던 음식들이 몸 속으로 들어오면 그것을 우리 몸에 맞추기 위해 무진 애를 쓰게 된다. 내 몸에 맞는 음식을 통하여 우리 몸을 건강하게 유지시켜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몸에 생긴 병도 음식을 통하여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은 의식동원(醫食同原)이라는 말을 통해 이미 설명한 바 있다. 이렇게 식생활 패턴이 바뀌어지면 곧바로 배설물에 변화가 생긴다. 배탈이 나서 설사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사람뿐만이 아니라 미생물에도 똑 같이 적용된다.

미생물도 섭취물에 따라 배설물이 다르다
모든 생명체는 영양분을 섭취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배설을 하는 기능 또한 섭취 만큼이나 중요하다. 배설물의 상태가 어떠한지에 따라 몸의 건강 유무를 유추할 수도 있다. 또한 배설물은 환경농업을 실천하는 순환농업에도 크게 기여를 한다. 우리 사람의 배설물은 작물 생산에 중요한 퇴비로 재활용된다. 지렁이의 배설물인 분변토는 토양을 개량하는데 최고의 자재로 인정을 받고 있다. 미생물의 배설물은 병원성 미생물들의 성장을 저해시키기도 하며 식물 뿌리 발육을 촉진시키기도 한다. 가끔씩 미생물이 분비하는 물질중에는 식물이 분비하는 천연 호르몬과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하여 이를 이용한 제품들이 시판되기도 한다.
배설을 잘 하는 것도 건강의 한 척도가 될 수 있으며, 우리 몸속에 들어오는 음식에 의해 건강상태가 좌지우지 되는 것처럼 미생물들도 똑같이 어떤 먹을거리를 공급해 주느냐에 따라 미생물의 생활사에도 큰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산업적으로 미생물을 활용하는 분야는 점점 더 증가되는 추세에 있다. 미생물을 이용하여 산업적으로 가치가 있는 효소들을 생산하기도 하고, 알코올과 아세톤 그리고 부탄올 등과 같은 산업원료를 생산하는가 하면 의약품용 항생제와 식품용 아미노산 그리고 다양한 유기산을 생산해 내기도 한다. 조미료로 사용하는 핵산도 미생물을 이용한 것이며 낙농발효 제품을 만들어 낼 때도 미생물을 이용한다. 또한 버섯과 같이 미생물 자체를 섭취하기도 하고 효모를 대량으로 배양하여 가축사료용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렇게 수없이 많은 분야에서 미생물을 활용하여 우리 삶을 풍요롭고 윤택하게 해주고 있다.

미생물의 용도에 맞는 먹을거리를 주자
그런데 이렇게 많은 분야에서 미생물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은 바로 미생물에게 공급하여 주는 먹이와 배양 조건을 조절해주는 방법이 개발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미생물도 살아있는 생물체이므로 생존에 필요한 먹을거리가 필요한데 어떤 먹을거리를 얼마만큼 공급해 주느냐에 따라서 미생물이 유용한 물질을 생산하는 것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미생물을 어떤 용도로 사용할 것인가에 따라 공급해주는 배지가 달라지게 된다. 주위에 흔하게 널려있는 유기물들을 넣어 주어도 미생물은 잘 자랄것 이라는 생각은 미생물을 잘 모르고 하는 이야기이다. 물론 주위에 있는 유기물을 활용하여 미생물을 자라게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미생물이 분비하는 유용한 물질생산과는 다소 거리가 먼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미생물을 어떤 목적으로 배양하는가에 따라 공급되어 지는 먹이가 달라져야 하는데 이것에 관하여는 다음번에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다.
농가에서 미생물을 활용할 때 주위에 쉽게 구할 수 있는 유기물들을 그대로 넣고 미생물 발효 액체 비료를 만들기 위해 수고하는 모습들을 많이 보아왔다. 일정한 시간 동안 발효를 진행한 후에 추출액을 취하여 식물에 살포하면 식물 생장이 상당히 좋아진다고 하는 것이다. 미생물이 발효를 진행하여 식물의 성장에 필요한 양분이 듬뿍 들어있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미생물에 의해 발효가 된 액체 비료인 것이다. 농민들은 식물의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농가에서 자가 생산된 액체 비료를 만든 것이다. 미생물을 배양한 것이 아니고 식물 성장용 비료를 만든 것인데 사용할 때는 미생물 자체에 연연하는 것을 보면서 앞뒤가 안 맞는 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농민들은 공들여 배양하여 만든 액비에 들어있을 미생물들이 죽지 않게 하려고 애를 쓰는 것이다.
여기에서 농민들이 미생물에 대하여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것들을 알게 되었다. 농민들은 미생물 자체가 필요한 것이 아니고 미생물이 분비한 각종 호르몬, 유기산 그리고 다양한 효소들이 필요해서 자가 액비를 제조한 것이다. 그래서 깨끗한 항아리(또는 플라스틱 용기)에 유기물과 미생물을 구해다가 집어넣고 일정시간 지나면 걸쭉해진 내용물을 걸러내서 적당한 희석배수로 작물에 살포해주는 것인데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모두 미생물이 분비한 대사산물을 활용하기 위함이다. 단지 미생물의 역할은 식물이 흡수하지 못하는 거대물질들 즉, 생선내장이나 쌀겨, 톱밥, 식물(청초 등)들을 잘게 잘라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시간이 지난 후 거대 물질들이 식물이 흡수할 수 있는 형태인 포도당, 아미노산, 효소, 핵산 그리고 유기산 등의 작은 물질로 잘려졌을 때가 발효가 끝난 시점이고 이때의 발효액을 체에 걸러서 식물에 공급을 해 주어야 식물이 흡수하여 건강하게 성장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발효가 끝나면 미생물의 역할도 끝나는 것이다. 어쩌면 그때부터는 미생물이 도리어 해가 될 수도 있다. 발효 산물인 포도당이나 아미노산과 같은 물질은 식물 성장에 도움을 주기 위하여 공들여 만든 것인데 이러한 발효산물은 식물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고 미생물들도 좋아하기 때문이다. 발효가 완료된 액비 속에는 다양한 미생물과 발효산물이 함께 섞여 있는데 이것을 상온에 그대로 방치하게 되면 그 속에 들어있던 미생물들이 식물에게 공급할려고 만들어 놓은 발효산물을 다 먹어치우게 된다. 그렇게 게걸스럽게 발효산물을 먹고 난 미생물들은 유기산을 배설물로 배출하게 되는데 이렇게 배출된 유기산이 쌓이고 쌓여 pH가 산성으로 떨어지면 마침내 미생물들의 활동이 중지되는 것이다. 즉 자기가 분비한 유기산에 의해 환경의 pH가 너무 떨어져 결국에는 자기가 죽게 되는 것이다. 이때 식초와 같이 신 냄새가 코를 찌르게 되는데 이러한 경험들은 발효 액비를 만들어 본 농민들이나 아니면 포도주를 이용하여 술을 제조해본 분들은 한번쯤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나름대로 정성을 들여 발효를 시켰는데 나중에는 식초가 되었더라’는 이야기를 농민들에게서 자주 접한 기억이 있다. 이렇게 식초가 만들어 진 것이 바로 앞서 설명한 이유 때문이다. 흔히 집에서 김치를 담근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김치가 알맞게 익었을 때에는 배추가 아삭하게 씹히는 느낌과 약간 시큼하면서도 약간 짭짜름한 맛있는 김치 특유의 맛이 있는데 시간이 좀 더 지나면 김치가 쉬어 김치찌개용으로나 먹게 되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미생물을 이용하여 발효를 할 때면 사용하기 적당한 때가 있는 것이다. 이 때가 지나면 우리가 원하는 효과를 볼 수가 없다. 발효에 소요되는 시간이나 조건 등은 미생물 발효 액비를 제조하는 계절이나 투입되는 원료마다 워낙 다양하고 변수가 많아 만들던 경험이나 느낌으로 정해야 하나 발효가 완료되었을 때의 냄새를 맡아보면 향긋하고 시큼하거나 하는 기분 좋은 발효취가 나기도 한다. 그리고 이렇게 발효가 잘 되었을 때에는 가능하다면 곧바로 사용하여야 원하는 발효 액비 효과를 거둘 수가 있다. 불가피하게 보관을 해야 할 경우에는 미생물이 발효산물을 잘 못 먹도록 활동을 정지시켜야 하므로 4℃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