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 예술로 탄생하고 있다. 이제는 생명의 시대이다. 창조농업을 해야 한다.

농업에 디자인과 스토리 즉 감성을 입혀야 한다. 우리의 창조DNA를 살리면 우리농업은 품위와 기품, 그리고 가치가 더 높아질 것이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기자 스티브 맥커리(Steve McCurry)는 1985년 파키스탄의 난민 캠프에서 찍은 푸른 눈의 아프가니스탄 소녀 샤르밧 굴라(Sharbat Gula) 사진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사진기자로 부상했고 퓰리처상도 받았다.

잡지를 본 전 세계의 사람들은 어린 소녀의 사진과 함께 전쟁의 아픔을 겪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참상을 보고 전쟁의 참혹함을 함께 느끼며 공감하며 평화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사진기자가 17년의 세월이 지난 후 다시 행방도 모르는 굴라를 다시 찾아 모험에 나섰다는 점이다. 사진의 가장 큰 미덕은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사진 그 자체로서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점이다.

노부부의 공감, 그리고 예술혼 17년이 흐른 한 여인의 이야기에 세계의 많은 애독자들이 다시 크게 공감했다. 놀라운 일은 그 다음에 또 일어났다. 잡지에 실린 굴라의 이야기를 접한 네덜란드의 한 노부부가 굴라의 사진을 매우 커다란 꽃그림으로 정성껏 만든 것이다. 그 소재는 다름 아닌 형형색색의 5만 송이 히아신스 꽃과 잎, 줄기였다. 다양한 색깔의 꽃으로 여인의 모습을 예술로 아름답게 표현한 것이다.

어렵지만 꿋꿋하게 살아온 굴라의 인생에 축복이라도 보내듯이 말이다. 아름다운 꽃 그림은 다시 내셔널지오그래픽에 실렸다. 꽃을 가꾸는 네덜란드 노부부는 내셔널지오그래픽에 실린 굴라의 이야기와 그녀의 파란만장한 삶에서 영감을 얻어 아름다운 꽃 그림을 예술로 승화시킨 것이었다.

불굴의 정신, 사진의 힘, 잡지의 힘, 그리고 예술의 힘이 어울려진 인류애의 승리였다. 예술, 농업에게 길을 묻다 10여년 전 뉴질랜드 농업박람회(Fieldays)에 참관할 기회가 있었다. 다양한 전시로 볼거리가 많았지만 유독 <농업 패션쇼>에서 발걸음이 멈춰지고 그만 문화적 충격을 받고 말았다. 그 지역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이 저마다의 아이디어와 창의력을 살려 마음껏 패션과 개성을 뽐내는 경연대회였다.
천진난만하고 자부심이 넘치는 그 표정들이란… 이웃이나 부모가 재배한 각종 농산물을 어찌나 아름답고 자연스럽게 꾸몄던지 참여하는 학생도, 보는 이들도 모두가 환호하는 너무도 즐거운 축제였다.

국내에서도 농산물을 소재로 한 애그로아트(Agro-Art)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한국벤처농업대학 학생들이 아이디어와 끼를 발휘해 직접 소비자와 소통하는 실험의 장이다. 현 농촌진흥청장인 민승규 박사가 당시 한국벤처농업대학에 꿈과 열정을 쏟았던 전통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농업, 예술에게 길을 묻다 예술의 거리인 종로구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이 전시회는 소비자들에게 우리농산물과 친환경농산물을 널리 알리는 기회로 삼고 있으며 소비자와 농업인의 만남의 장이 되고 있다.
이젠 국내에서도 농산물을 이용한 디자인으로 패션쇼를 열기도 하고 2010년에는 대한민국 푸드비엔날레(농산물 종합예술제)로 확대되었다. 농업은 농부와 하늘(자연)이 함께 만든 종합예술이다. 이제는 생명의 시대이다. 창조농업을 해야 한다.

농업에 디자인과 스토리 즉 감성을 입혀야 한다. 생명을 활용한 디자인, 생명과 관련된 이야기는 사람들이 거부하지 않는다. 친근하고 지혜가 담겨져 있으며 마음의 위안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의 창조DNA를 살리면 우리농업은 품위와 기품이 더 높아질 것이다.

우리농산물의 기품과 격조가 높아지면 그 가치는 더욱 상승하고 수입농산물과도 맞서 경쟁력을 갖춰나가게 될 것이다. 이번 주말에는 가까운 곳으로 가을소풍을 떠나자! 사랑하는 자녀들과 소풍 도시락에 예능의 끼를 맘껏 발휘해 보시라!

작성자 : 윤종길
이메일 : newmanjk@naver.com
블로그 : http://newmanjk.blog.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