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손에 붙잡힌 과학은 유전적으로 변형된 기이한 식물을 도입하고 땅을 황폐화시키며 단종재배를 부추킴으로써 지구상의 천연생산물을 제거하고 인류에게 중요한 가치인 생물의 다양성을 훼손하고 있다. 식량공급은 인간의 다른 어떤 행동보다도 자연과 밀접한 상호 영향관계에 있다.
몬산토(Monsanto)社가 펼쳤던 신문 광고 캠페인에서 도덕적으로 극히 의심스러운 주장들 중 하나는 식량 생명공학의 광범한 이용이 전 세계의 가난한 이들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이다. 한 때는 나 역시 그 주장에 현혹되었다. 이 거대기업의 주장을 따라가자면 이런 식이다.
현재 개발도상국에서는 수백만에 달하는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다. 앞으로 세계 인구가 더욱 늘어남에 따라 이 문제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오직 고수확 농업만이 이렇게 증가된 식량 수요를 충족시킬 만큼 충분한 식량을 산출할 수 있다. 따라서 오직 생명공학만이 세계를 먹여 살릴 수 있다는 결론은 자명하다…
거대 종자기업에 위협당하는 인류
몬산토의 전략은 자사의 유전자조작(GM) 작물을 제3세계의 기아와 빈곤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하려는 것이다. 몬산토는 심지어 개발도상국의 저명인사들을 끌어 모아 ‘수확이 시작되게 하라(Let The Harvest Begin)’라는 제목이 붙은 광고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도록 만들려고 하고 있다. 이 광고는 생명공학이 ‘다음 세기에 전 세계를 먹여 살릴’, ‘미래의 씨앗’이라고 찬양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었다.
여기서 몬산토는 약아빠진 게임을 하고 있다. 즉, 식량 생명공학의 반대자들을 이기적이고 폐쇄적인 인물로 그려내려 시도하는 것이다. 이 놀라운 신기술에 제3세계가 접근하려 하는 것을 배부른 서구의 환경운동가들이 대체 무슨 권리로 막는단 말인가? 이 기술이야말로 장래에 제3세계 사람들의 가족을 먹여 살리고 생활수준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수단이 될 텐데… 라고 이 거대기업은 묻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놀라울 정도로 정반대의 결과를 낳기 시작했다. 전 세계 식량시장을 장악하려는 도박에서 개발도상국을 그 게임의 볼모로 이용함으로써, 몬산토는 자신들이 부양하고 있다고 주장했던 바로 그 사람들, 즉 가난한 이들을 소외시키고 있다.
수백만의 농민들이 여전히 소규모의 자급 농업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인도에서 이 거대기업은 사실상의 위기를 맞고 있다. 책임회피, 기만, 협잡은 인도 전역의 농민들을 분노하게 하였다. 그리고 만약 몬산토가 자발적으로 물러나지 않는 경우에, 농민들은 필요한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이를 몰아낼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
“나는 종자의 독점에 반대한다!”
반세계화 운동의 대모, 지구의 딸 에코페미니스트, 유전자 조작의 비합리성을 지적한 과학자인 인도의 반다나 시바* 여사는 이렇게 말한다.
“몬산토는 종자 분야에서 독점을 추구하고 있다. 나는 그 독점에 반대한다. 인도 전역의 모든 면화 종자가 몬산토 한 회사로부터 수입되고 유통되고 있다. 몬산토가 독점해 팔고 있는 종자 중 <Bt 면화>가 있는데 바로 유전자 변형 면화다. 해충이 잘 꼬이는 면화가 스스로 Bt 독소(일명 나비세균)를 만들어 해충을 퇴치하게 유전자를 변형한 것이다. 인도에서 몬산토는 하루 100번 이상 텔레비전 광고를 내보냈었다. ‘이 면화를 심으면 농약을 뿌릴 필요가 없다, 당신도 부자가 될 수 있다, 백만장자가 될 수 있다’고. 이 선전에 넘어간 농민들은 재배하던 검은콩, 녹두, 참깨, 토종 면화 등을 포기하고 빚을 내 Bt 면화 종자를 사들여 재배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해충이 Bt 독소에 적응했고 더 많은 농약이 필요해졌다. 그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해충은 오랫동안 독소에 노출되면 적응하기 마련이다. 이것이 바로 유전자 조작 종자의 문제점이다.”
“재파종을 위한 씨앗을 채종할 수 없다”
몬산토에게 큰 이익을 안겨주었던 <라운드업>이라는 제초제는 1999년 그 특허권이 만료되었다. 그러자 몬산토 마케팅 부서는 라운드업의 가치를 연장하기 위해 세 방면으로 전략을 세웠다. 첫째 옥수수와 면화와 대두는 유전자 변형을 통해 저항력을 지니고 있으므로 자라는 동안 라운드업을 살포할 수 있다. 그들은 씨를 뿌리기 전에 모든 잡초를 죽이지 않아도 된다면 제초제의 수요도 줄어들 것이므로 환경운동가들도 만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 몬산토는 전 세계 종자상인들에게 라운드업 사용에 적합한 종자들을 판매하게 했다. 셋째 그들은 그 씨앗을 팔 때 농민에게 보증서에 서약하게 했다. ‘이 씨앗에서 생산된 수확물에서 재파종을 위한 씨앗을 채종할 수 없다’ 라고. 몬산토는 이를 확인하기위해 수시로 농장에 들어갈 권리를 갖고 있었고 심지어 농민들에게 서로 이웃을 신고할 수 있도록 했다. 지역공동체의 관계를 훼손시키는 일이었다.
제초제 사용은 줄었지만 그 과정에서 생물다양성을 해치고 토지를 황폐하게 만들고 천적들을 제거하는 등의 문제가 야기되었다.
씨앗들이 자살하도록 유전자 조작
터미네이터 종자 역시 큰 문제다. 특허받은 종자를 저장하거나 파종한 농가에게 소송을 걸고 변호사에게 돈을 지불하느니 차라리 씨앗들이 자살하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것이다. 그러면 수확량은 다소 감소하고 인류의 경작능력은 떨어지겠지만… 미국 농무부(USDA)에 있는 친구들은 기꺼이 몬산토를 도와주었다.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인류의 식량의 근원을 통제하는 것은 몬산토의 야망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세계 종자회사의 합병은 먹이사슬의 합병이다. 종자는 식량생산에 중요한 요소다. 이제 몬산토는 물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전 세계에 식량과 건강과 희망을 안겨다 주는 일에 전념을 다하는 우리는 사업적 가치를 창출해낼 기회가 많다.” 몬산토 관계자의 말에 위협을 느낄 정도다.
식량공급은 자연과 밀접한 상호 영향관계
소수의 지배적인 기업들이 판매하는 고도의 유전공학적 조작을 거친 씨앗들은 농부들의 다양한 자가채종에 대한 공격이며 또한 단종재배로 나아가는 궁극적인 단계로 볼 수 있다. 기업의 손에 붙잡힌 과학은 유전적으로 변형된 기이한 식물을 도입하고 땅을 황폐화시키며 단종재배를 부추킴으로써 지구상의 천연생산물을 제거하고 인류에게 중요한 가치인 생물의 다양성을 훼손하고 있다.
식량공급은 인간의 다른 어떤 행동보다도 자연과 밀접한 상호 영향관계에 있다. 인류는 수천년 동안 농작물의 종류를 다양하게 만들고 수확량과 영양가를 개선해왔다. 세계 식량공급의 유전적인 원천을 변화시키려는 초거대기업의 횡포에 반대한다.
우리가 자연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우리를 지탱해준다는 잊어서는 안 된다. 자연은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진화해왔다. 숲과 자연은 지구의 허파 역할을 해왔고 그곳은 다양한 유전적 풍요로움으로 가득 담겨 있다. 다만 우리 모두가 그 것을 소중하게 여기고 지켰을 때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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