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여름휴가 시즌, 남양주의 그린호텔에서 한 소녀가 아침 일찍 일어나 기지개를 켜며 28층에서 토마토와 노란색, 주황색 파프리카를 직접 수확하여 레스토랑에 전달하며 포스트잇에 이렇게 쓴다. “아침식사에 조금 얇게 썰어 드레싱해주세요”
특별하게 설계된 이 호텔은 조선업에 이어 대한민국 수출효자품목이 된 ‘빌딩농장’이다. 이 빌딩은 스스로 광합성을 해 식량을 생산을 하는 식물공장형*1) 그린바이오빌딩이다.
 
금세기 중반까지 세계 인구는 30억 명이 새로 늘어날 전망이다. 게다가 이들의 약 80%는 도시에 살게 된다. 이 사람들이 배를 곯지 않으려면 브라질보다 넓은 10억㏊의 경지가 추가로 필요하다. 어떻게 할 것인가?
오늘날 농업은 위기를 맞고 있다. 농업기술은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데 반해 수확은 적어 늘어나는 인구를 먹여 살리기 힘들다. 특히 일부에서는 인구증가 속도가 식량증산 속도를 추월,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속에서 극심한 식량난이 야기될 것이라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최근 ‘빌딩농장’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지구 곡창지대, 가뭄 피해로 기아 출현 우려돼

고전학파 경제학의 거두인 토머스 로버트 맬서스는 1798년 ‘언젠가 인구증가 속도가 식량 증산 속도를 추월해버리는 날이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지만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몇몇 전문가들은 200년 전의 이 예측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금껏 인류를 먹여 살렸던 농업기술 현대화의 힘이 한계에 달해 미래의 인류들이 먹을 식량을 충분히 생산해내지 못할 수 있다는 것.

현재 67억명 수준인 세계 인구는 오는 2025년께 80억명, 그리고 2050년께는 92억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인류는 이미 지구가 보유한 땅의 41%, 작농이 가능한 토지의 80%를 농경지로 사용하고 있다. 특히 현대의 농업기술은 에너지 사용량은 증대되는 데 비해 산출량은 사실상 정점에 달해 있다. 여기에 아시아를 비롯해 미국 중서부, 아프리카 등 대형 곡창지대에는 앞으로 지속적인 가뭄 피해가 닥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수년 전부터 바이오디젤 등 대체에너지 생산을 위해 대량의 곡물이 소비되고 있는 것도 불안해진 요소다.

계절과 날씨ㆍ자연재해ㆍ병충해로부터 해방

농경지가 층층이 수직으로 전개돼 있다고 해서 ‘버티컬 팜(vertical farm, 수직농장)’으로도 불리고, 일명 하늘농장(sky farm, 스카이 팜)으로도 불린다. 
이 마천루농장(이하 빌딩농장)은 지난 1999년 미국 컬럼비아대학의 환경과학자 데스포미어 박사가 처음 개념을 정립한 농경시스템이다. 농경지를 고층빌딩 안으로 옮겨온다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한정된 공간에서 토지 이용효율을 극대화한다는 것이 이 아이디어의 핵심이다.

전통 농경법은 1만㎡의 땅에서 1만㎡의 농지밖에 얻을 수 없지만 빌딩농장은 빌딩의 층수를 높여 동일한 면적에서 수십 배 이상 많은 농지를 확보할 수 있다. 흙 대신 모든 농작물은 물과 수용성 영양분의 배양액을 활용한 수경재배로 키워진다. 에너지 사용량을 최소화하면서 산출량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외부와 완전히 격리된 실내 농경지인 빌딩농장은 빛ㆍ온도ㆍ습도ㆍ영양분 등 모든 조건을 최적의 상태로 제어된다.

특히 캐나다의 오메가가든社가 개발한 원통형 수경재배장치를 사용하면 수확량을 대폭 늘릴 수 있다. 이 장치는 원통 내부에 질석(蛭石)이 채워져 있어 감자ㆍ감귤나무처럼 반드시 흙이나 코코넛섬유 등 반(半)고체물질에 뿌리를 내려야 하는 작물의 수경재배도 가능하게 해준다. 층별로 전혀 다른 환경 구현이 가능한 만큼 인근 지역주민들의 식습관에 따라 곡식ㆍ과일ㆍ채소에 더해 어패류나 닭ㆍ돼지 같은 가축을 기를 수 있다. 데스포미어 박사는 “빌딩농장은 계절과 날씨ㆍ자연재해ㆍ병충해로부터 안전해 수확량의 변동 없이 안정적ㆍ반영구적 생산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빌딩 전체가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인다

빌딩농장은 새로이 구현될 첨단과학기술로 더욱 빛난다. 전자동 컴퓨터 재배시스템, 하수재활용시스템, 태양열ㆍ풍력ㆍ메탄발전시스템, 증발산 회수시스템 등 현재 구현 가능한 최첨단기술의 집약체로 볼 수 있다. 이 중 핵심은 하수재활용시스템으로 미국 애틀랜타 소재 에너지테크社에서 개발한 슬러리카브(Slurry Carb)라는 기계를 활용하면 빌딩에서 사용하는 모든 물과 전기를 자가생산할 수 있다.
이 장치는 인근 도시로부터 공급받은 하수에 열과 압력을 가해 탄소침전물연료와 물을 얻는다. 탄소침전물은 증기 터빈을 돌려 전기와 난방열을 생산하는데, 사용되고 물은 홍합ㆍ참억새 등 생물정화장치를 거쳐 음용수나 농업용수로 만들어진다.

만일 물이 부족하다면 식물의 잎이나 수경재배용 물에서 증발된 수증기를 포집ㆍ정제하는 증발산 회수시스템이 이를 충당해준다. 또한 빌딩 옥상에 설치된 풍력ㆍ태양열발전기, 그리고 가축 배설물과 음식물쓰레기에서 발생한 메탄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메탄발전기에 의해 추가적인 전력 및 난방열이 공급된다. 이렇게 빌딩농장은 전기ㆍ난방ㆍ식수ㆍ농업용수 등 빌딩 운영과 경작에 필요한 모든 에너지자원의 자체 조달 능력을 갖추고 있다. 빌딩 전체가 하나의 유기체와 같이 스스로 살아 움직이는 셈이다.

상상예찬, ‘빌딩농장 수출대국 KOREA’

물론 빌딩농장의 건설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부지 문제는 차지하고라도 건설비용만 최소 2억~5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카고, 라스베이거스, 시애틀, 뉴욕 등 미국 내 주요 대도시들과 중국 동탄, 아부다비, 두바이와 일본, 한국 등의 세계 여러 도시들이 빌딩농장에 큰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특히 여기에는 우리나라의 남양주시, 부천시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가까운 미래에 국내에서 빌딩농장의 실체를 확인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빌딩농장 계획에 대한 반론도 높다.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땅값이 매우 비싼 도심에서 농사를 짓는 것은 경제적으로 타당성이 있는지에 대해 비판하며 실현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도심에서 멀지 않은 교외의 땅을 놔두고 굳이 엄청난 돈을 들여 빌딩을 건축해 농산물을 생산할 경우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화훼수출’하면 네덜란드, ‘관수자재’하면 사막의 나라 이스라엘을 떠올리듯이 ‘빌딩농장’ 하면 대한민국을 떠올리게 할 수 있다면 어떨까?
세계 제일의 수주액로 국가경제에 큰 기여를 해온 ‘조선업’. 10년후 대한민국 수출효자품목이자 미래산업이 조선, 반도체, IT 전자산업, 휴대폰에 이어 ‘빌딩농장’이 되는 흐뭇한 미래뉴스를 기대하는 것은 너무 비약일까?

자동차산업, 조선산업 등이 후방산업으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듯이, 빌딩농장은 친환경 건축 및 설계, 청정 대체에너지, 수경재배시스템, 복합환경제어시스템, 수처리 및 재활용 기술, LED 등 인공광 기술, 식물생명공학기술 등의 이른바 녹색기술 분야에서 우리의 후방산업을 든든하게 지켜 줄 버팀목 역할과 함께 그 파급효과가 매우 클 것이며 대한민국 녹색성장의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계속>

자료참조 : 서울경제신문 ‘도심 마천루 농장, 新농경시대 연다’ 사진 및 텍스트 참조

사진
1. 빌딩농장은 식량난을 해소하면서 엄청난 양의 지구온난화물질을 줄일 수도 있다.
2. 미국 일리노이대 연구팀이 설계한 수직농장인 ‘리빙 스카이스크레이퍼’(왼쪽). 바다 한가운데 세워질 세계 초고층 건물은 층별로 토마토, 복숭아, 상추, 사과, 양배추, 시금치 밭을 만들어 수확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건물의 표면은 햇빛이 잘 드는 유리 소재이며 각 층은 비탈길로 만들어 공간 활용을 극대화했다. (사진 : 버티컬팜 프로젝트 공식 웹사이트) 
3. 미국 에너지테크社의 하수재활용장치는 100톤의 하수로 19㎿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4. 지난 4월 농촌진흥청에서 개최된 녹색기술 대전에서도 빌딩농장 모델이 선보였다. 
5. 빌딩농장은 30층짜리 빌딩 하나로 5만명 분의 식량을 반(半)영구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고도 밝힌다.


주1) 식물공장생산시스템 : 식물공장생산시스템은 환경제어와 자동화 등 고도기술을 이용하여 공업제품을 생산하는 것 같이 시설 내에서 농산물을 연중에 걸쳐 생산하는 시스템만을 가르키는 경우도 있으나 대체로 완전제어형과 태양광 병용형의 수경재배시스템을 식물공장시스템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컴퓨터에 의해 온도, 광, 탄산가스, 배양액 등의 환경조건을 최적의 상태로 제어하고 작업공정을 자동화하여 시설 내에서 작물을 기상조건에 관계없이 생력화 생산하는 기술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