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시농업 뿌리를 내리다

2008년 광우병 사태와 2009년 배추 파동은 사람들에게 도시농업의 중요성을 각인시켜 주었다. 2009년에는 농촌진흥청이 주도한 한국도시농업연구회가 공식 발족되면서 관에서도 도시농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2009년 12월 31일에는 경기도 광명시에서 최초의 도시농업 조례가 제정되면서 도시농업이 제도화되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2011년 국회에서 도시농업 육성 법률이 제정되면서 도시농업의 제도화의 큰 흐름이 만들어졌다.

광명시의 도시농업조례는 전국귀농운동본부 도시농업위원회에서 광명시 경실련에 제안하면서 시작되었고, 민주당 소속 조미숙 시의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만들어지게 되었다.

귀농운동본부 도시농업위원회는 광명시를 필두로 이듬해에는 경기도 수원시의 생태도시농업조례 제정에도 적극 참여하였다. 도시농업위원회는 이후 그 이름을 ‘텃밭보급소’로 변경하였으며, 서울시 강동구, 은평구, 마포구, 경기도 안산시 등의 도시농업조례 제정에 적극 참여하였다. 특히 2010년에는 도시농업을 선도한 서울 강동구와 MOU를 체결해 강동구를 도시농업의 롤 모델로 만들어가고 있다. 경기도에서는 경기농업기술원, 경기개발연구원, 경기농림진흥재단, 푸른경기21, 귀농운동본부 텃밭보급소가 최초의 민관협력기구를 만들어 도시농업을 다각도로 지원하고 있다. 도시농업을 확대시킨 중요한 계기는 도시농업에 적극적인 의지를 가진 단체장들의 대거 등장이었다. 그러나 한국의 도시농업이 뿌리를 튼튼히 내리게 된 것은 다양한 민간단체의 활동과 도시농업 전문 민간단체의 등장, 그리고 도시농업 민간단체들의 전국적 협의체가 만들어진데 기인한다.

대표적인 도시농업 전문 민간단체로는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가 돋보였다. 인천은 이후 여러 지역에서 도시농업네트워크가 만들어지는데 롤 모델이 되었다. 서울도시농업네트워크를 비롯해 고양, 마포, 금천, 영등포, 서대문, 광진, 노원, 은평 등에서 도시농업네트워크가 속속 만들어졌다. 다양한 민간단체의 활동 중 주목할 만한 것들도 많다. 서울 그린트러스트는 도시농업을 공원 및 마을공동체 운동으로 발전시켰다. 사회적 기업이기도 한 텃밭보급소와 그린플러스 연합, 에코 11 등은 도시농업을 사회적 경제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광명텃밭보급소협동조합, 파주도시농부협동조합, 청년그룹인 파절이협동조합, 씨앗들협동조합 등의 도시농업 협동조합도 만들어졌다.

이러한 민간의 힘을 전국적으로 모은 것이 도시농업시민협의회이다. 협의회는 서울 도시농업 실태를 조사하고, 농림축산식품부가 선정한 도시농업 전문가 과정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역적으로도 협의회가 운영되고 있다. 지역에서는 부산이 가장 앞서고 있는데, 부산 귀농학교와 부산환경운동연합 등 10여개 단체가 참여해 부산도시농업시민협의회를 만들어 저극 활동하고 있다. 경기도에도 시민협의회가 만들어져 활동하고 있다.

<인터뷰>

나대지 말고 텃밭으로, (사)여성이만드는일과미래의 구은경 상임이사

발문: 텃밭을 통해 흙, 작물, 사람이 어우러지는 공간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사)여성이만드는일과미래의 구은경 상임이사를 만나 도시텃밭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현재 구 이사는 서울 마포구를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상암두레텃밭’과 ‘버뮤다 삼각텃밭’ 등 주민들의 자발적 활동이 기반이 된 도시텃밭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르꼴라를 키우는 도시 젊은이들

연남동의 여성이만드는일과미래 사무실에서 만난 구 이사는 도시텃밭이 활성화되는 모습을 보면서 먹거리에 대한 변화의 속도가 빨라진 것에 대해 주목했다. 젊은이들이 텃밭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배경에는 자신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직접 만드는데 필요한 재료들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르꼴라와 바질을 텃밭에서 기르는 젊은 도시농부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구 이사는 “젊은이들이 피자, 파스타 등과 같은 외국 음식을 쉽게 접하면서, 또 직접 요리해서 자기만족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높아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음식의 기호가 바뀌면서 본인들이 원하는 재료들을 직접 경작하는 거지요. 이걸 보면 채소나 농산물에 대한 젊은이들의 소비 트렌드가 변화하는 모습을 알 수 있습니다”라고 평했다. 도시농업의 진행과정을 보면 남성과 여성의 역할이 나눠지는 경향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남성은 주로 관련 법제도나 공간 확보 등에 관심을 가지는 반면, 여성들은 프로그램과 소비에 관심이 많다. 구 이사는 여성들의 도시텃밭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여성들이 도시농업에 참여하는 게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여성이 소비자이기 때문입니다. 여성들이 도시텃밭이라는 문화에 참여하면서 다양성이 증가했습니다. 교육도 하나의 사례지요. 김치 담그기와 같은 워크샵이 좋은 사례입니다. 여성들이 이런 교육에 참여하면서 점차 농산물 직거래나 공동구매의 횟수가 늘어나고, 인근 농가들과 장터를 결합하는 로컬푸드 형태로 확산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어 냅니다.”

관은 하드웨어를 제공하고 민에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야

‘상암두레텃밭’과 ‘버뮤다 삼각텃밭’ 등을 기획하고 운영하면서 구 이사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도시텃밭에서 관과 민의 역할에 대해 많은 고민하게 됐다. 구 대표는 트렌드로서의 도시텃밭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도시텃밭을 위해선 관과 민∙관의 역할 분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관은 하드웨어를 제공하고 민에서 소프트웨어를 운영하면 서로의 역할을 분리하는 것이다. 농림부나 서울시청 등 관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도시텃밭운동에 있어서 관이 주도권을 가지면서 자발성과 다양성이 위축되는 부분을 우려했다.

구 이사가 운영하는 마포구의 도시텃밭이자 농업교육의 장소로 활용되고 있는 ‘버뮤다 삼각텃밭’의 경우, 마포구청과 1년 단위의 임대계약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1년 단위의 계약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회원을 모집하는데도 애로가 크다. 내년에는 지금의 도시텃밭이 견인차 주차장으로 변할지, 공원으로 변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구 이사는 “텃밭을 유지하는데 있어, 최소한 5년,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우면 최소 3년이라는 임대계약의 형식이 있어야 합니다. 지금의 1년 단위의 계약 안에서는 내년에도 이 텃밭이 유지된다는 보장이 어렵죠”라고 말했다.

인터뷰 동안 구 이사는 지역주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도시텃밭에 큰 힘이 된다는 것을 강조했다. 지역주민들이 근거리에서 텃밭을 가꾸는 혜택과 묘미를 누리기 때문이다. 텃밭의 사전적인 의미는 ‘집터에 딸리거나 집 가까이 있는 밭(vegetable garden, kitchen garden)’이다. 구 이사를 만나면서 사전적 의미에 맞는 도시텃밭은 지속가능할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다. 농림부와 서울시는 이 의미에 충실한 도시텃밭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2. 도시농업으로 행복한 세상 만든다. 도시농업 활성화방안

농림축산식품부가 도시농업 활성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농식품부는 도시농업을 통해 국민 삶의 질 향상과 행복 제고에 기여하기 위해 2024년까지 10년간 펼칠 ‘도시농업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4월을 ‘도시농업 붐 조성의 달’로 정해 다양한 행사를 펼쳤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최근 농사체험이 주는 정서함양, 건강증진, 공동체회복 등 순기능들이 주목받으면서 도시농업 참여자수가 급속히 증가해 2010년 15만명 수준에서 지난해 108만명을 넘어 4년 사이 7배나 증가하였다. 도시텃밭 면적도 지난해 668ha로 같은 기간 동안 6.4배나 증가했다.

하지만 도시농업의 수요증가와는 달리 도시화의 진전에 따라 농사체험 공간은 점차 축소되고 있기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적 배려와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한편, 단순한 경작·재배 뿐만 아니라 최근 부각되고 있는 벽면녹화, 원예치료, 곤충·양봉·소동물, 수목 등도 포함해야 한다는 요구가 늘고 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2013년 수립해 추진 중인 ‘1차 도시농업 5개년 종합계획(2013∼17)’과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도시농업의 외연을 키우고 인프라를 확충해 도시민의 참여를 장려할 방침이다.

또 도시농업과 일반 농업이 조화롭게 발전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도시농업 활성화 방안을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먼저 현행 농작물로 한정된 도시농업의 개념을 양봉, 곤충·가축 기르기, 수목 재배 등으로 확대하고 경작과 재배뿐 아니라 벽면 녹화, 원예 치료, 힐링(치유) 등도 포함한다. 공간적인 측면에서는 관리지역까지 확대하기 위해 법령을 개정할 계획이다. 도시농업에 대한 지식, 기술을 교육하거나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기관·단체의 프로그램에 귀농·귀촌, 농산물 직거래 같은 시책을 반영하기 위해 도시농업법 시행규칙 관련 규정도 정비한다. 아울러 공영 주말농장 조성, 학교 텃밭 확대, 도시농업공원 조성 등을 통해 2014년 기준 668ha의 실천공간을 2024년 3,000ha까지 늘린다. 도시농업 참여자도 지난해 108만 명에서 2024년에는 480만 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토교통부, 지방자치단체와 협업해 정부 지원 공영 주말농장을 올해 11곳(한 곳당 1ha)에서 2020년 70곳, 2024년 100곳으로 늘려나갈 방침이다. 또 지방교육청,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교육용 텃밭을 지난해 3500곳에서 전국 유치원 및 초·중등학교 2만여 곳의 절반 수준인 1만 곳으로 확대한다.

이어 도시민의 휴식과 농사 체험공간인 도시농업공원을 2017년 8곳(한 곳당 1ha)에서 2024년 50곳까지 늘린다. 민영 주말농장, 공동주택 주민, 빌딩숲 직장인들이 참여 가능한 체험공간을 민간과 지방자치단체의 협력하에 확대할 예정이다.

이 밖에 공영 주말농장을 중심으로 힐링 콘서트, 야외 연극 등 문화 행사 개최를 지원해 문화·예술 체험공간으로 탈바꿈하도록 뒷받침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민간이 참여하는 ‘도시농업 전국 네트워크’를 출범시켰고 지역별로는 협의체를 구성해 현장 활동을 주도하도록 할 방침이다. 도시농업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시민 대상 기초교육과 전문 인력 양성도 확대한다. 텃밭 관리, 농사 요령 등 도시농업을 실천 가능한 수준으로 교육하는 ‘도시농업 지원센터’를 2024년까지 100곳으로 확충하고, 한 곳당 연간 500여 명을 교육시키도록 지원한다.

이어 도시농업 전문 인력 양성기관도 2024년까지 50개로 확충하고, 한 곳당 연간 100여 명의 인력 양성을 담당하도록 할 방침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시민의 농사 체험 의욕 고취를 위해 4월 11일을 ‘도시농업의 날’로 정한 데 이어 도시농업의 정체성을 쉽게 인식할 수 있는 엠블럼, 도시농업에 친근감을 주는 캐릭터도 제작해 각종 행사에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어린이 대상 ‘학교 텃밭(School Farm)’과 관련해선 동요를 제작·보급해 어린이들이 도시농업을 친근하고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우리나라에 적합한 텃밭 표준 모델 개발, 경관작물 선발, 식물 소재 발굴, 녹화 모델 개발 등 생활 밀착형 연구개발(R&D)을 연차별로 넓혀 도시농업 활성화를 견인한다. 특히 R&D를 통해 도출된 성과를 건축, 건강, 교육, 고용 등으로 연계해 새로운 서비스 영역으로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다. 예를 들어 건축 분야에서는 공동주택에 텃밭을 가미해 프리미엄 단지를 조성하는 사례가 기대된다. 건강 분야에선 공기정화식물을 이용한 호흡기 질환 및 새집증후군 완화, 원예 체험 활동을 통한 심리 치유가 그 방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교육 분야의 경우 어린이 텃밭 체험용 교구·교재 및 프로그램 개발이 기대된다. 고용 분야는 원예치료사, 식물코디네이터, 도시농업컨설턴트와 같은 일자리 창출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3. 서울도시농업 2.0, 10분 이내 도심텃밭 조성 진행

서울시가 지난달 8일 서울도시농업의 2단계 도약을 위한 ‘도시농업 2.0 마스터 플랜’을 발표했다. 오는 2018년까지 생활 속 10분 내 찾을 수 있는 ‘도심텃밭’ 1,800개소를 조성한다. 이와 함께 상자텃밭 13만 세트도 제공해 언제 어디서나 도시농업을 실천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시는 그동안 도심텃밭이 주거공간과는 거리가 있는 외곽지역에 조성돼 있었다며 올해 상반기 중 서울시내 유휴지와 폐부지 실태조사를 실시해 2018년까지 420ha의 공간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확보된 생활주변공간에 틈새텃밭(875개소), 공공시설 옥상텃밭(160개소), 싱싱텃밭(560개소), 학교농장(150개소), 공원커뮤니티가든(75개소)을 조성한다. 특히 종합복지회관, 노인·장애인자활시설 및 정신보건시설 등 사회복지시설에 설치되는 ‘싱싱텃밭’은 도심텃밭 기능은 물론 원예치료효과도 병행한다.

- 옥상농원 등 미래형 도시농업 모델 도입

옥상농원·수직농장 등 미래형도시농업 모델을 시범적으로 도입하고 도시농업을 활용한 일자리도 여간 700명 수준으로 창출한다. 먼저 2018년까지 아파트·공공시설 등에 고부가가치 옥상농원 35개소, 수직농장 2개소를 조성하고, 시민들의 도시농업체험장 역할을 할 ‘도시농업존’도 2018년까지 은평구 혁신파크 내에 꾸밀 예정이다. 도시농업전문가교육도 집중적으로 실시해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해 낸다. 이렇게 창출되는 일자리는 공영주말농장·도심텃밭관리자(300명), 도시농산물 장터운영(200명), 학교농장관리장(100명), 도시농업 산업육성(100명) 등 연간 총 700명이다.

- 음식물생쓰레기 텃밭 퇴비화

음식물생쓰레기의 5%를 도시농업 퇴비로 활용할 방침이다. 음식물생쓰레기는 조리·가공전 음식물 쓰레기를 말한다. 서울시는 현재 추진 중인 ‘음식물생쓰레기 퇴비화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올해 1일 20톤에서 2018년에는 1일 110톤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1주말농장-1공공주택사업(45개소)을 비롯해 도매시장 등 서울시내 10곳에 생쓰레기 퇴비처리시설을 설치한다. 또 퇴비제조기·지렁이상자 등 퇴비화교육자재도 시민들에게 공급, 대중화를 앞당긴다. 이와 함께 낙엽·음식물쓰레기와 태양광·지열 등 버려지는 도시자원을 재활용한 ‘자원순환형 도시텃밭(2개소)’과 옥상 자투리텃밭 등에 빗물이용시설(120개소)을 설치해 생태계 순환구조를 재현, 생태체험장 및 녹색생활실천교육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 시민 누구나 도시농업 체험가능한 프로그램 확대

서울시는 2018년까지 ‘도시농업박람회’를 세계적인 행사로 업그레이드 할 예정이다. 특히 기존 시민참여축제 기능에 ‘생태환경관’, ‘토종씨앗관’, ‘자원순환관’ 등 전문화된 부스를 추가해 실제 도시농업에 도움이 되도록 구성한다. 또 서울시민이면 누구나 도시농업을 체험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도농상생의 자리도 확대한다. 1일 농업체험프로그램 ‘그린투어’는 연 15회, 도시농업 확산을 위한 도시농부학교는 연 60회로 확대 실시하고, 광화문 광장·북서울 꿈의 숲 등에서 열리는 도시농부시장도 현재 14개소에 30개소로 확대한다.

이 외에도 도시농업에 관심은 많으나 정보를 얻기 힘들었던 시민을 위해 ‘도시농업 온라인 통합정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도시농업 축제9연 6회), 옥상텃밭 작은 콘서트(연 10회), 찾아가는 도시농업지원센터(연 2회) 등을 통해 시민 누구나 필요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함께하는 생활 속 도시농업으로, 제4회 서울도시농업 박람회

4. 도시농업의 새로운 시도

신개발지의 도시농장과 도시농업공원

신도시나 택지개발지구에서 도입할 수 있는 도시농업은 현재 기성시가지 내에서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형태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부각되고 있는 도시 농업이 취미나 여가활동을 넘어 안전한 먹거리의 자급, 생태적 농법의 확산, 친환경 농산물의 저변확대, 공동체 활성화 방안으로 주목받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건축물의 일부나 대지 내 공지를 활용하는 것 보다 도시농업 전용 토지를 계획적으로 조성해 공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도시농원이나 녹지는 무엇보다도 시가지 내부나 인접지역에 위치하므로 텃밭을 이용하는 도시민의 접근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텃밭 또는 농장의 부대시설 중 일부는 공원 내의 편의시설과 연계할 수 있으며, 도시공원이 모든 시민에게 개방되는 공공공간이라는 점에서 친환경농업이나 식량문제에 대한 사회적 교류 또는 교육기능을 접목하기 쉽다. 사업시행자 입장에서는 공원이나 녹지가 도시공원법이나 환경영향평가제도상 의무적으로 공급해야 하는 기반 시설이라는 점에서 별도로 추가적인 토지를 확보해야 하는 부담도 적다. 공원이나 녹지의 식재공간을 할애해 텃밭을 조성할 경우 텃밭조성에 소요되는 비용이 교목이나 관목, 잔디 등을 식재하는 비용보다 낮으므로 조경공사비의 일부를 절감할 수 있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도시공원은 공공에게 개방된 공간이라는 점에서 개인의 경작행위에 대한 허용범위와 농작물 관리문제가 대두된다. 일부 시민들은 도시 내에 조성되는 공원·녹지의 양이 아직 부족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비록 도시농업공원이 제도화되어 도시민이 취미·여가 목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공간으로 제공되더라도 시민 모두에게 개방하는 공원이나 녹지공간 중 얼마나 경작용 토지로 배분할 것인가 대해 한계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개발 계획 수립 시 ‘도시농업법’에 의한 도시농업농장의 유치를 목적으로 농업시설용지를 계획하고 지방자치단체나 개인 또는 농업법인과 같은 실수요자에게 공급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같이 농업시설용지로 도시농업을 도입할 경우 공원 활용에 따른 제약이 없으므로 충분한 면적을 경작지로 확보할 수 있고, 경작활동을 지원하는데 필요한 부대시설(비닐하우스, 온실, 창고, 퇴비장, 관리동 등) 설치에 대한 제약도 크지 않다. 또 부지 전체를 도시농업이라는 단일한 목적으로 사용하므로 주변에서 제기될 수 있는 경관이나 미관에 대한 민원, 타인의 출입으로 인한 작물의 관리 문제 등에 대처하기도 용이하다.

공공도시농장이 정착된 국가들과 비교해보면 영국의 경우 1구좌당 약 300㎡ 정도인 얼롯먼트(allotment garden)의 총 구획 수는 인구의 약 0.5%, 런던은 약 0.3% 정도이며, 비슷한 구획 규모로 만들어지는 독일 클라인가르텐의 경우 총 구획 수는 인구의 약 1.7%정도이다.

국내 주말농장의 표준적인 텃밭 구획이 16.5㎡로서 얼롯먼트 가든이나 클라인가르텐 1구좌의 1/20 정도로 매우 작아 경작에 소요되는 시간이나 금전적 비용에 대한 부담이 훨씬 적고, 최근 대형 구획으로 운영되는 유럽국가에서도 공공텃밭정원을 임대하려는 대기수요자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독일에 비해 인구대비 구좌 수를 더 높게 계획하더라도 장래 이용수요는 충분할 것이다.

단위 도시농장의 규모는 운영관리 효율성 및 유치거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도시농장에 구획된 구좌 수가 너무 적으면 운영 및 관리의 효율성이 떨어지며, 농장이 너무 대규모로 조성될 경우 농번기나 주말 등 이용자의 방문이 빈번한 시기에 혼합이 발생하는 원인이된다. 또한 대규모 농장은 이용자의 통행거리나 유치거리가 도보권(1~1.5km)을 넘을 수 있으므로 접근성이 떨어지고 주차수요도 발생할 수 있다. 유치거리를 도보권 이내로 해 배치하려면 도시농장의 규모는 약 200구좌(약 4,000㎡) 내외가 바람직할 것이다.

도시텃밭의 배치계획에서 고려할 사항은 우선 가급적 텃밭으로 조성하기 쉬운 곳으로 개발 전에 농지로 이용되던 자연적인 상태의 토지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개발 전 가옥이나 공장 등의 지장물이 위치하고 있던 토지의 경우는 토양오염여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며, 토지의 비옥도가 낮을 가능성이 높아 농사에 적합한 토지로 개량하는 데 시간이나 비용이 추가로 소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텃밭의 입지는 도시농업농장의 형태나 도시공원 내 조성되는 텃밭 모두 학교나 유치원과 같은 교육시설에 인접할 경우 환경·생태교육과 도시농업을 접목하기 용이하다. 주택건설용지의 경우는 공동주택용지나 주상복합, 도시형 생활용지 인근으로 배치하는 것이 장래 텃밭 이용자를 확보하는데 유리하다.

대지 내에서 텃밭을 조성하기 쉬운 단독주택 거주자보다 공동주택 거주자가 오픈 스페이스에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도시공원과 구분된 도시농업농장을 조성하더라도 도시공원에 인접하도록 계획해 생태축을 연결하거나 공원의 휴게시설이나 편의시설을 이용하기 편리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학교의 도시농업

모든 형태의 도시농업은 일반적인 녹화사업의 장점과 함께 여러 가지 효과와 기능을 기대할 수 있다. 쉽게 느낄 수 있는 도시농업의 효과는 친환경 먹을거리 생산, 토종 품종유지, 음식물 쓰레기의 재활용, 세대를 뛰어넘는 가족소통 공간으로의 활용 등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도시농업공간은 어린이들이 자연의 소중함과 맛을 배울 수 있는 살아 있는 교육장이다.

학교에서는 운동장을 도시농업, 커뮤니티 가든 장소로 바꿔줄 필요가 있다. 영국 왕립원예협회는 학교정원운동 차원으로 ‘교실비우기등록’을 통해 학교운동장의 일부를 학교텃밭과 정원으로 조성하고, 학생들의 노작체험활동을 장려하고 있다. RHS는 영국의 주식인 감자를 비롯해 다양한 채소를 학생들이 직접 재배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도와주고 있으며, 어린이부터 청소년까지 연령대별 주니어가드너를 선정해 학생들의 텃밭과 정원 가꾸기 활동을 독려하고 있다.